위아더나잇 – 초록 전쟁
때로는 다 가짜인 것 같다. 누군가는 어딘가에 숨어 우리들의 삶을 방해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기에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여전히 참 많다 (덕분에 덜 믿고, 덤덤해질 뿐이다). 내게는 사랑도 희망도 그다지 중요치 않게 느껴질 때가 더러 있는데, 이러한 감정들은 현대인이라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처럼 느껴져 ‘아 또 그러네’ 하고 말아버린다. 너무 행복하면 불안하고,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불안하지만 귀찮고.
반면에 이럴 때도 있다. 마음이 요동쳐 눈물이 쏟아지고 누군가가 엄청 보고 싶어지는, 판단력이 저하되어 평소와는 다른 얼굴이 불쑥 튀어나오는 상태. 두려움 없이 표현하고 전력 질주하는 모습 말이다. 그럴 때면 버그(bug)라도 걸린 양 삐걱댔지만, 이러한 열기를 지났기에 이제는 얼음도 얼릴 줄 안다. 다행히 난 차가운 커피를 좋아하니까.
봄이 왔고 곧 여름이 올 것 같다.
벽에 손가락을 갖다 대니 초록 물감이 묻어난다.
설렘이 남았었나.
글: 함병선 (9z)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