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나온 길, 함께 한 순간들, 함께 할 순간들.
이번 EP [궤도]는 컨셉 앨범입니다. 그 동안 여러 밴드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해오며 작업했던 곡들 중 앨범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와 이미지에 맞는 곡들을 추려보게 되었고 그 결과 [궤도]라는 앨범 타이틀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천문학적 의미에서 궤도는 "행성, 혜성, 인공위성 따위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다른 천체의 둘레를 돌면서 그리는 곡선의 길." 이라고 정의 하고 있습니다. 우주론적인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요, 어렸을 때부터 별이나 우주에 대한 것들을 좋아했었고 관련 이야기들을 많이 보고 자랐기때문에 음악안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게 된 거 같습니다.
사람은 모두 우주 속에 먼지 같은 작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무언가의 영향으로 각각의 궤도를 돌게 되고 그 궤도 속에서 만나 인연이 되고 또 빛을 발하고 때론 빛을 잃고 또 영영 스치고 못하고 지나가기도 하고요. 네, 그런 우리의 관계들을 3가지의 궤도로서 나누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궤도 1
가장 작은 원을 그리며 중심이 그 대상에 보다 가까이 돌고 있는 궤도입니다. '찬란한 세계' 와 '섬' 같은 경우 궁극적으로 내가 만나고 싶은, 보다 가까이 가보고 싶은 무언가에 대한 노래입니다. 하나의 별이란 그 자체로도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대상이며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망망대해의 바다 속에 떠있는 섬이자 언제고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가 될 수도 있지요. 두 곡 모두 같은 궤도 속에 있지만 가장 반대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편곡 또한 그런 느낌을 담고자 한 곡은 신스 사운드 비중을 많이 넣어 일렉트로닉적인 느낌을 주었고 다른 한 곡은 수록곡중 가장 포크적인 사운드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궤도 2
모든 궤도는 언젠가 한 바퀴를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지만 그 타원은 우리의 삶보다 훨씬 길 수도 있습니다. 내가 그렸던 그 길이 다시 못 볼 수도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그 길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계속해서 생각을 해야 하는 반성이자 후회이며 작은 교훈 일 수도 잊지 못하는 그리움일 수도 있습니다. '별별(別)' 과 '동일단상' 두 곡은 그런 궤도를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수록곡 중 편곡 과정에서 EP와 피아노의 비중이 많이 차지한 곡이며 가장 쓸쓸하고 외로운 궤도입니다.
-궤도3
앞서 말한 두가지의 궤도가 스치는 지점이자 앨범의 주된 메세지라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는, 우리가 함께 한 순간이 가장 큰 빛을 내는 순간이며 그 순간들을 "행복했다"라고 말하며 다시 또 각자의 궤도로 돌아갑니다. '계절을 돌아' 에서 말하듯 그 순간이 어느 계절이었든 다시 올 거라고 믿고 살아가고요. '꼬리별'에서 말하고 있는 별의 빗소리들처럼 함께 했던 그 순간의 빛을 그리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사라지지 않는다면 행복했던 순간들 역시 잊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이야기하며 또 현재의 삶을 이야기 하는 곡입니다.
이 앨범을 들어 주시는 모든 분들이 제가 돌고 있는 궤도 속에 스치는 빛들이며 저 역시 여러분들의 궤도 속에서 한 순간의 희미한 빛으로 라도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업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