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도적단 Vol.1]
비틀즈의 마지막 음반 ‘Let it be’가 50주년을 맞이했다. 리틀 리차드가 최근에 별이 됐다. 리틀 리차드 뿐만 아니라, 수많은 로큰롤 스타들이 별이 됐다.
사람들은 더이상 록 음악을 듣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제는 새로운 로큰롤 스타, 아이콘도 나타나지 않는다.
실험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음악에 질려버렸다. 듣기 편하고, 서칭하기 쉬운 음악들에 길들여졌다. 뜨거움과 사유는 걸거치는 것이며, 오직 쿨하고 세련돼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다. 새삼스럽지 않다. 록 음악도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런 장르였다. 이제 이목이 다른 곳으로 돌아갈 때가 됐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를 비롯한 동료 음악가들은 록 음악을 놓지 않는다. 하나같이 이제 음악의 힘은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놓지 않는다. 돈 나갈 일만 많고, 성과조차 없는 이걸 왜 하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도 놓지 않는다. 경도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언젠가 경도를 누군가에게 넘겨주고 느껴주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스트레인지 프룻에서 있었던 ‘40인의 도적단’ 공연 기획을 계기로 검은잎들, 소음발광, 더 바스타즈, 칩 앤 스위트가 모여 하나의 크루를 만들기로 했다. 우리에게 기꺼이 마음을 빼앗겨 로큰롤의 낭만을 즐겨주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바보 같은 믿음으로 ‘도적단’을 결성했다. ‘당신의 마음을 훔칠’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서.
색다른 것, 새로운 것, 신선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건, 이 음반으로 시작될 도적단의 이야기가 재밌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도적단’은 C-Am-F-G 단순한 코드와 블루하츠의 노래 ‘밤의 도적단’에서 ‘밤’을 따와, 그것을 주제로 각자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이번 컴필레이션 앨범에 풀어내기로 했다. 같은 주제와 진행으로 비슷하지만 다른 우리가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앰비언트, 쟁글 팝,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노이즈를 기반으로 한 인디 락, 슈게이징 등으로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철 지난 로큰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풀어낸 로큰롤이다.
아직도 순수한 로큰롤의 힘을 믿는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줬으면 하고, 이 음반을 들으며 함께 로큰롤의 낭만을 믿을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재밌기 때문에 우리가 이 시대에 밴드를 놓지 못하는 것처럼 이 음반도 정말 재밌을 거다. 재미 하나면 이 음반을 들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젊음이 지지 않도록 다 같이 뛰고 뒹굴고 춤을 추자. 록 음악을 듣고 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