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의 아침노래
어릿광대의 아침노래는 라벨의 ‘거울’ 모음곡집중 가장 많이 연주되고 사랑받는 곡이자 유일하게 스페인어 제목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스페인 출신의 어머니와 19세기 이래 프랑스 작곡가들의 이국 취향으로 이미 그곳의 유전자가 가득한 라벨의 열정과 해학적인 감성을 고스란히 제목에 담고자 했으리라.
1905년에 작곡한 피아노 솔로 버전과 1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후 1918년 라벨에 의해 다시 편곡된 오케스트라 버전이 있고,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흐른 지금,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수,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 퍼커셔니스트 파코드진의 연주로 현대적이고 모든 장르를 융합할 수 있는 곡으로 새로이 탄생한다. 클래식과 재즈, 그리고 라틴까지.
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서 원곡의 어딘지 건조하고 날카로운 플라멩코 음악을 바이올린으로 들여다보며, 보다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멜로디와 improvisation을 통해 재즈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즉흥적 긴장감을 표현하려 하였다. 전체 곡의 구조와 방향을 새롭게 정의한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의 편곡은, 원곡에 그의 독창적인 재즈 감각을 풀어낼 뿐만 아니라 말년의 라벨이 재즈의 어법으로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장조]에서 풀어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라틴퍼커션의 도발적인 연주는 두 악기의 멜로디라인과 화성적 교감을 풍성하게 받쳐주는 동시에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인도하며 세 연주자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완성해준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유럽 활동 시절 보냈던 어느 여름휴가를 떠올려본다. 마냥 스페인이 좋아 떠난 바르셀로나에서 아파트를 렌트해 고딕지구를 누비던 그때. 떠들썩함, 환락과 허무함도 공존하는 그곳. 골목길 사이사이 멈춰있던 냄새가 코를 스친다. 잠자고 있는 여인의 새벽창가를 향한 사랑의 노래가 들려온다.
2018 여름
유럽에서
김현수
M. Ravel - Alborada del gracioso
Arrangement : Yoonseung Cho
Improvisation: Hyunsu Kim
Violin - Hyunsu Kim
Piano - Yoonseung Cho
Percussion - Paco de Ji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