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힘들어.”
휴대전화의 연락처 리스트를 하염없이 둘러보면서, 마음을 쏟아놓고 싶은 얼굴을 떠올려본다. 지금 말 걸어도 될까? 이 사람도 힘든 거 아닐까? 감정을 흘려보내듯 털어놓고 싶다가도 막상 아무런 기운이 없다. 가슴에 저릿한 감각으로 남은 이야기들은 흩어져서 부유한다. 할 말을 찾지 못하면서도 왜 이렇게 연락을 하고 싶은 걸까?
내 마음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타인의 존재가 간절히 필요하다.
‘나는, 충분히 아픈 것일까?’
고통을 증명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들면, 아득한 외로움에 빠진다. 내가 던지는 말의 무게가 듣는 사람에게는 짐이 될까 봐서 머뭇거리고, 정리도 못 한 채 안으로 삭아 들어가 웅얼거림만 남는다. 막상 말을 꺼내면 고통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주저하고 있을 때에,
“괜찮아.”
시와의 노래 ‘곁에 있어도 될까’는 나직이 속삭이는 말로 곁을 내어준다. 위로에는 특별한 말이 필요 없다. 곁에 누울 빈자리만 있어도, 뭉근한 온기에 웅크려서 나지막이 숨을 고른다. 조용히 등을 쓸어주면서 토닥여주는 손길이 따뜻하다. 조심조심 자리를 내어주고 섣불리 건네는 말이 비수가 되지 않게, 필요하지 않은 말을 덜어내고 덜어내어 비로소 응축된 가사에는 촉촉한 위로가 담겨있다.
“그동안 수고했어. 이리와 쉬자.”
등을 내어주고 서로가 서로를 기대고 지지하면서
노곤한 몸과 마음을 살살 쓸어주는,
문득 느껴지는, 서글프면서도 안온한 평화 안에서
숨이 쉬어지는 자리,
그곳에서 시와가 ‘곁에 있어도 될까’를 부른다.
글/ 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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