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어떤 소설도, 일상적인 글도 쓰지 않고 살아가고 있던 중에 ‘스틸’ 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난 20년간 밴드와 함께 완성했던 자신의 곡들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편곡해서 일종의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그가 나에게 연락을 한 이유는 이번 앨범에 수록될 Original Version 작업 당시 내가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을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당시에 나는 거의 매번 “조금 더 담백하게” 가보라고, 아니 그렇게 가야만 곡의 분위기나 정서를 200%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얘기 했었고 그 때마다 그는 “터뜨려야” 한다고 결국에는 내 말은 듣지 않고 본인 뜻대로 마무리를 했었다.
이번 솔로 앨범 버전의 음원을 전달 받고 들어 보면서 생각했던 첫 느낌은 “아.. 내 말은 안 들었어도 양감독의 말은 잘 귀담아 들었나 보다”. - 결국 불필요한 힘은 사라졌고, 수록곡 대부분이 씌어졌던 시기가 꽤 오래 전임에도 불구하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에게도 충분히 어필이 될 만큼 매끄럽다.
세월을 타지 않는 곡들로 다시 찾아와 줄 것이란 설렘과 기다림으로 치환하면서 오늘은 모처럼 내가 Interviewee 보다 한발 앞서 자리를 뜬다.
내가 지금까지 가졌던 만담, 인터뷰 중 쌍방 모두 가장 말수가 적었던, 한편 소비된 술의 종류와 양은 가장 많았던 그런 날이었다.
글 / 소설가 김대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