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PICTIONS)[세상 가장 (1)]
나는 끝나지 않는 방학 속에 있습니다. 나는 검사 받을 일 없는 숙제를 미룹니다. 나는 늘상 이어온 게으름을 잠시 뿐의 여유라 속입니다. 나는 놀러 온 친구를 돌려보냅니다. 나는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흘립니다. 침대가 어딘가로 떠내려가길 빌며 이불 속을 표류합니다....
우리는 자라지 못해도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자라기를 멈춰도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다 자란 것이라도 우아합니다. 우리는 자라다 다쳤어도 완전하며 자란 후 잘려나갔어도 반짝이며 꺾인 채로 자라났어도 보고 싶습니다. 나는 감사의 인사와 증오 섞인 침이 같은 입에서 나옴을 믿습니다. 나는 조롱의 손끝과 기도의 손끝이 하나의 손목임을 믿습니다. 나는 탄식의 눈총과 희열의 눈매가 비슷함을 믿습니다. 나는 도움의 손길과 폭력의 팔뚝이 모두 거친 숨결을 토해냄을 믿습니다....
당신은 오랫동안 변절을 믿어 왔고 근래 들어 사랑을 믿습니다. 당신은 오랫동안 사랑을 믿어 왔고 근래 들어 변절을 믿습니다. 나는 당신이 거울 속의 당신보다 당당하길 바라며 사진 속의 당신보다 행복하길 원합니다.
커버디자인 유민희
Cover Design by MinheeYo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