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PICTIONS) [꽃씨 (6)]
왼쪽, 혹은 오른쪽 바지 주머니의 어느 한쪽에 쏠린 채로 자라나 귀를 향해 뻗어 가는 그 줄기들. 관심을 주지 않으면 혼자 구석에 웅크린 채 토라져 배배 꼬여버리는, 습기 가득한 주머니에서 끄집어내 어르고 달래줘야 이내 못 이긴 척 겨우 풀리는, 그 몇 살 되지 않은 인공의 줄기들은 이제는 그 쓸모를 믿음 받지 못해 잘려나간다. ‘처음부터 없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식으로 당연하리만치 탈락된 그들은 성가시다 못해 나를 닮았다.
일상의 작은 성가심들이 하나 둘 잘려나갈 때, 당신은 화분에 새로 난 작은 이파리 하나를 찾아 헤맸다. 물을 주고, 비에 내놓고, 작은 창에 들인 햇볕은 누구 하나 삐치는 일 없도록 돌아가며 쬐어 주고, 상한 아이를 떼어낼 땐 그리도 가슴 아파했다. 내 눈엔 그 닢이 그 닢인데, 당신은 잎 하나에 이름 하나 지어준 듯 그리도 잘 알아보았다. 그렇게 빤히, 또 자주 바라보았다. 내가 그 아이였다면 수줍을 만큼.
그래서 나는, 나는 안심이 되었나 보다. 성가신 나도 잘라내지 않을 누군가 있다. 귀찮고 쓸모없이 자라난 나도 길러줄 누군가가 있다. 분에 넘쳐도, 분에 담아주는 당신이 있다.
Cover Design by 유민희, [J'ai embrassé le pot de fleurs]
Written and Arranged by 문학
Guitar Performed by 유태성
Mixed by 문학
Mastered by MITOKONAN @Childre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