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리 [HOWL]
삶의 가장 낮은 곳에서 마주한 가장 높은 사랑
싱어송라이터 이루리가 전작 [I Feel Your Love]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 싱글 [HOWL]로 돌아왔다. 앨범명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을 이루는 핵심 키워드는 울부짖음을 뜻하는 영단어인 'HOWL'이다. 인상 깊은 지점은 그 소리를 내는 주체가 인물이 아닌 음악이라는 것이다.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이루리는 여느 때와 달리 음악을 듣던 중 문득 악기들이 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늘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자신을 지켜주는 음악에게서 깊은 위로를 받은 그는 [HOWL]을 작업하기에 이른다. 노랫말 속 시적 대상으로 등장하는 '너'를 음악으로 치환하면 음악가의 의도에 한층 더 가까이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Common의 'I Used To Love H.E.R.'를 비롯하여 힙합/R&B 씬에서 '음악의 의인화'는 꾸준히 이루어졌지만, 팝의 영역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 이루리의 싱글이 더욱 반갑고, 또 흥미롭다.
'환상', 'Dive'를 필두로 일렉트로 팝의 자장 안에서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뽐내온 이루리의 역량은 [HOWL]에서도 유효하다. 청아한 목소리와 댄서블한 베이스라인, 대범한 기타 솔로 등 다양한 요소들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화학작용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삶의 저점에서 바라본 다양한 사랑의 면면을 기록한 뮤직비디오 역시 앨범과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바이바이배드맨에서 출발한 그의 음악 커리어는 싱어송라이터로 변모한 현재에 이르러 비로소 만개할 준비를 마쳤다. 이루리의 곁을 음악이 지켜주었듯, 여러분들에게도 [HOWL]이 그런 존재로 다가오길 바란다.
키치킴 (포크라노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