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On my way to you]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안정된 창법을 구사하는 테너 이정현은 음악가가 갖추어야 할 미덕을 두루 갖춘 전천후 음악가다. 그는 풍부한 음악성으로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한다.
마치 그에게는 장르의 경계가 없는 듯하다. 정통 성악은 물론 팝, 국악, 칸초네, 보사노바, 록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구분 없이 소화하는 탁월한 곡 해석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서울대 오페라 연구소 연구원 활동과 음악 교양서 ‘이야기가 살아있는 클래식 상식백과’의 저자 등의 경력이 말해주듯 놀라운 열정으로 끊임없이 공부하는 학구파 음악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특별한 점은 음악가로서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음악가다.
그가 처음 이 음반의 작업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응원의 박수를 보냈던 것도 그런 그의 소양과 열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대대로 그는 이번 음반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완성해냈다.
동서양을 잇는 아름답고 세련된 세레나데
이번 음반은 하나의 곡을 다양한 언어와 여러 음악인들의 해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일종의 스페셜 프로젝트 음반이다. 우리말 곡은 ‘달빛의 마법’, 이탈리아 곡은 ‘Ballade for Victoria’, 영어 곡은 ‘On My Way To You' 인데, 이 중 영어 버전을 제외한 다른 버전들은 이미 이정현의 2집[True]음반을 통해 선보였던 곡.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 새롭게 녹음되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호주의 실력파 여성 가수 Tara-Lynn Sharrock(타라-린 샬록)과의 콜라보로 부른 영어 버전 ‘On My Way To You'이다. 물론 그는 이전에도 배우 주원과 세계가 인정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테너 김영환, 재즈 디바 웅산, 국악 한류 스타인 해금 연주자 꽃별 등과의 콜라보를 가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함께 한 타라 린 샬록은 한마디로 우리에게는 숨은 진주와도 같은 가수. 하지만 이미 호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2011년 호주의 스타 등용문 프로그램인 [X-Factor Australia] 출신인데, 출전 당시 보이존의 리더 로넌 키팅을 비롯한 심사 위원진에게 극찬을 받았던 인물. 그녀와 함께 부른 타이틀 곡 ‘On my way to you’는 아름다운 시정이 느껴지는 낭만적인 발라드. 한국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우리 말 버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이 곡의 가사는 필자가 썼는데, 사실 꿈 곁 같은 선율이 가사를 이끌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 음악이 말을 거는 것 같았고, 낭만적인 풍경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필자는 단지 그것들을 모아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시어들은 최근 콘서트 무대와 방송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크로스오버 소프라노이자 작사가인 임지은이 소녀 같은 감성으로 다듬어주었다.
또, 임지은은 이 곡의 영어 버전과 우리말 버전에도 참여해 이정현과 호흡을 맞추었다.
한편, 이탈리아어 버전은 이정현이 혼자 불렀고, 히든 트랙으로 실린 피아노 버전은 감성파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김윤이 연주했다.
아울러, 이번 EP 앨범의 커버 디자인은 ‘미디어 아티스트 신기운’의 작품이다. 신기운은 ‘제29회 중앙미술 대전 대상’ 수상자로서 현재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과 영국, 일본, 노르웨이 등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작가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이정현 역시 신기운의 작품에 출연 및 작업을 함께 해 왔는데, 두 사람은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의 예술세계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신기운’의 이번 앨범 자켓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테너 이정현의 앨범을 한층 빛내주고 있다.
여기 수록된 ‘하나의 곡, 그러나, 다른 버전’들을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며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꿈결 같은 세상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미소짓고, 마음속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행복한 경험을 이제는 여러분이 누릴 차례다.!!!
- 이헌석[음악평론가. 방송인, 두산백과사전 ‘두피디아’ 클래식 집필위원, ‘열려라 클래식’, ‘이럴 땐 이런 음악’의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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