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발표한 싱글 [제주숲]과 [달과 술]이 꿈꾸는 듯한 자연을 연주하고 있다면, 이번 EP는 좀 더 일상에 치중한 모양새이다. 자연주의 음악을 표방했던 trio.unBlue 색깔이 좀 더 현실적이 되었다.
5곡은 하루 동안에 걸친 마음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으며,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고 있다.
비 내리는 날 서울은 진한 구름 회색빛에 고즈넉하고, 토닥거리는 소리는 왠지 아늑하다. 밤새 외로움을 실어 내리던 비가 그치고 새벽 공기는 상쾌하다.
가끔 공기를 가르며 전력 질주(Sprint Finish)한다.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삶과 세월의 무게가 더해지지만, 한껏 달린 아침의 끝은 후련하다. 감정의 응어리는 뜻하지 않는 곳에서 간단히 해소되기도 한다.
문득 가슴 아픈 오후가 있다. 상처는 상처로 끝나지 않고 불현듯 마음을 두드려 지속적인 파문을 일으킨다. 사랑하며 행복한 기억으로 아픔을 덮기에도 인생의 시간은 항상 부족하기만 하다.
일몰을 바라보며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되뇌어 본다. 지난 추억을 돌이키면 그때는 깨닫지 못한 미성숙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또 동시에 그리워한다. 어딘가에 감추어져 있던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순간, 우리는 하염없이 무너진다.
마지막 시간,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일이 우리의 가슴 속에 남는다. 아름다움은 한순간이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베이스 연주자 곽호승과의 작별을 고하며.
또한 새로이 합류한 베이시스트 이재명을 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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