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 In A Hole (다운인어홀) [REBOOT]
Fire in the hole!!
Introduce 지금껏 한국의 음악씬에서 소위 ‘드림팀’ 이라 불린 밴드가 얼마나 많았던가. 혹시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길을 가지고 있다면, 이번만큼은 접어 두어도 좋다. 일단 라인업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역전의 용사들이 총 집결한 신생 (新生) 다운 인 어 홀 (Down in a hole)이 결성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밴드의 리더 서준희는 제노사이드 (Genocide), 사일런트 아이 (Silent Eye)를 거친 보컬리스트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부족한 한국 메탈씬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자적인 개성을 지닌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으며, 한국 메탈씬 최초로 일본 King record에서 정규 음반을 발매하는 등 굵직한 족적을 남긴 헤비메탈 밴드 다운헬 (Downhell)과 수많은 세션 활동, 대중성과 테크닉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좋은 평을 얻었던 자신의 솔로 앨범으로도 잘 알려진 기타리스트 노경환, 그와 함께 다운헬에서 활동하였으며 블랙메탈 밴드 오딘 (Oathean), 이모 (Emo)를 추구했던 밴드 이모티콘 (Emoticon)등을 거친 기타리스트 이준혁, 또 슬램탱고 (Slam tango), 다운헬 출신으로 위협적인 헤드뱅잉과 함께 팬들 사이에 ‘죽음의 천사’ 라는 이명을 얻은 홍일점 베이시스트 박미선의 라인업에 노이즈가든 (Noize garden), 조이박스 (Joybox), 터보 (Turbo)등을 거친 베테랑 드러머 김태윤의 합류로 지금껏 완성도 높은 곡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늘 연주 면에서 느껴졌던 2%의 아쉬움을 채워줄 멤버로 밴드가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Down in a hole 2003년 사일런트 아이의 보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던 보컬 서준희는 계속된 헤비메탈 일변도의 활동에 음악적인 갈증을 느껴 기타리스트 이동규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 다운 인 어 홀을 결성한다. 세련된 인더스트리얼 메탈 사운드에 날카로운 가성을 들려주는 서준희의 보컬과 소프라노와 어우러진 지금 시점에서도 유사한 사운드를 찾기 어려운 개성 넘치는 음악을 담아 한국 메탈씬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긍정적인 평을 얻었으나 이후로 대대적인 라인업 교체와 함께 그동안 서준희가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웨스턴 그런지, 아메리칸 하드락 사운드로 음악적 스타일을 교체한 다운 인어 홀은 Ep [The Road Of Down In A Hole], 2집 [Road], 3집 [Fight, I Fight Alone], Ep [Real Life]을 발매하는 한편 일본에서의 좋은 반응을 기반으로 2014년에는 베스트 앨범[The best come a long way]를 발매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열정적인 활동에도 불구, 한편으로 잦은 멤버 교체로 인해 서준희의 솔로 프로젝트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화려한 이력을 지닌 뮤지션들이 집결함에 따라 밴드의 사운드적 퀄리티가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새로운 라인업으로 발매될 Ep [Reboot]는 그러한 기대를 120% 충족시키는 음반으로, 3곡이라는 수록곡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지만 음악의 존재감만큼은 지금껏 발매된 다운 인어 홀의 모든 음반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고 다음 정규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Reboot 서막을 여는 싱글 ‘Find my way’는 인트로 만으로도 고개를 흔들 게 만드는 댄서블한 아메리칸 하드락 넘버로 김태윤의 기본기에 충실한 컴비네이션이 귀를 잡아끄는 드러밍과 박미선의 우직하지만 단단한 베이스 위로 노경환의 미들 톤이 두터운 기타 리프와 클린과 스크리밍 보컬을 오가는 서준희의 보컬이 잘 어우러진 곡이다. 특히 아밍에서 이어지는 유려한 레가토 솔로가 역시 노경환이란 감탄을 자아내며 이를 이어받아 날카로운 얼터네이트 피킹과 왼손의 해머링 풀링을 들려주는 이준혁의 솔로는 오랜 밴드 활동을 기반으로 각기 다르지만 하나로 잘 어우러지는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Show me around’는 80년대 라디오 채널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정통파 파티락 넘버로 벌스의 클린보컬에서 코러스의 스크리밍으로 넘어가는 서준희의 보컬이 존재감을 나타내는 곡이다. 특히 평범한 8비트 리프전개를 벗어나 긴장감을 자아내는 기타리프 아래로 리듬감 넘치는 리프를 그려낸 베이스와 캐치감 넘치는 후렴부가 다운 인 어 홀의 만만치 않은 구력을 드러내며 역시 물 흐르듯 유려하게 전개되는 두 사람의 기타 솔로 역시 만족스럽다. 특히 두 사람이 최근 들어 애용하고 있는 PRS는 날카로운 하이톤이 90년대 슈레딩 사운드에 더욱 적합하게 느껴졌던 아이바네즈에 비해 부드러운 하이톤과 두터운 미들톤이 보다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기타로 서준희의 날카로운 스크리밍과 잘 어우러져 다운 인어 홀의 음악에 보다 세련된 터치를 더해주고 있다. 발라드 넘버 ‘Jeannie’는 3.5집, 싱글 등에 수록되어 ‘Mummy’와 함께 다운인어 홀의 대표곡으로 한 번만 들어도 무리 없이 따라할 수 있는 멜로딕한 후렴구가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 명곡이다. 특히 이번에는 새로운 멤버가 새롭게 레코딩한 만큼 이전의 버전과 비교해 듣는 재미가 있는데, 드러머 김태윤은 곳곳에 저음을 메우는 리프로 듣는 재미를 살리는 박미선의 베이스와 함께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슬로우 비트를 맛깔스럽게 연주하고 있으며, 수많은 세션 활동으로 헤비메탈뿐만 아니라 발라드에서도 유려한 솔로를 들려주었던 기타리스트 노경환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이 빛을 발한다. 곡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노경환의 솔로는 멜로디를 따라가는 청자로 하여금 적재적소에 기대했던 노트를 들려주는 기승전결이 갖추어진 하나의 이야기와 같은 구성을 이루고 있다. 후반부에 이어지는 후렴부와 서준희의 스크리밍 샤우트는 서서히 끓어올랐던 감정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혼자 슬픔을 감내하는 한 남자의 가슴속 깊이 숨겨둔 그리움이 전해진다.
Fin 유행에 민감한 한국 메탈 씬에서 다운 인어 홀은 독특한 포지션에 위치한 밴드 이다. 완성도 높은 음반을 발매 했음에도 불구하고 잦은 라인업의 변화로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질 기회를 찾지 못했던 불운의 밴드 다운 인어 홀이 이번 새로운 라인업의 구성과 함께 그들이 그간 벼려온 날카로운 칼끝이 빛을 발하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이제 칼은 뽑혀졌고 남은 일은 단하나, Fire in the hole! 불을 뿜을 일만 남았다.
파라노이드 차준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