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태와 한군, [마음]
어느 날 무심한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에게도 뜨거운 순간들이 있겠지, 뜨겁게 사랑을 하고, 뜨겁게 슬퍼하는.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나만의 외로움과 아픔과 눈물이 있겠지. 그러한 마음들을 견뎌가며 살아내고 있는거겠지. 아마도 그 날의 내가 나의 뜨거웠던 한 때를 몹시도 그리워했는지 모르겠다.
하나의 기쁨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고, 하나의 슬픔에 세상을 다 잃은 듯 절망하지 않기로. 하나의 아픔에 쓰러지지 않고, 하나의 사랑에 송두리째 흔들리지 않기로 다짐하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썼다. 그렇게 단단해진 마음으로 누군가의 마음과 눈물을 다독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복태와 한군의 음악은 하나의 호흡과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처음 운을 띄워 시작된 마음의 흐름으로 노래를 이어나가 끝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그래서 이번 녹음 역시 합주하듯 기타와 첼로 그리고 보컬이 원테이크로 한 공간에서 함께 진행했다.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닌 그 나무들이 모여 만들어놓을 숲을 생각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공기를 만들어내며 함께 호흡해가며 노래를 완성했다. 여기엔 노래를 함께 들으며 의견을 보내준 목인씨와 우리가 바라던 바를 잘 담고 잘 풀어준 스튜디오 로그의 민상용씨도 그 숲에 함께 있었다.
나는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할 때면 봉골레를 자주 하곤 한다. 그리고 그 봉골레를 맛본 이들은 그 맛이 그리워 다시금 우리집을 찾곤 한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위로받는 맛이었다고, 그 위로를 다시 받고 싶었다고 말이다. 그렇게 봉골레가 전하는 위로가 있다.
계피(보컬/가을방학)
복태네 집에 놀러가면 복태는 늘 세 아이에게 둘러싸여 있다. 아이가 자주 엄마를 필요로 하기에 복태는 나랑 이야기하는 간간이 아이와도 대화를 한다. 아이도 없고 아이를 대하는 법도 잘 모르는 나는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복태에게 감탄할 때가 많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 아이를 예뻐하는 모습은 많이 보았지만 복태처럼 아이를 아이 그대로 존중하는 모습은 별로 본 적이 없다. '아이니까 이 정도로 대하면 돼' 와 같은 태도가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알아주면서 편안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사랑은 애착에서 자연스레 나올 수 있지만 사랑 속에서의 존중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속좁은 나는 늘 내 기준으로 재고 따지느라 존중에서 우러난 위로를 하기가 자주 어렵다. 복태는 위로가 무엇인지 안다. 알고 있고, 알아주기를 바라고, 알아주고도 싶어한다. 그래서 이런 따스한 노래를 썼다. 복태를 보면서 나는 나도 엄마가 되어서 저렇게 아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슬아 (연재노동자/‘일간 이슬아’ 발행인)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과 우리의 마음과 서로의 마음을 수없이 헤아린 사람의 노래같다. 흔하지만 손에 쥐기 어려운 노랫말들을, 이만큼 담담한 목소리와 발음으로 부르기까지 복태가 거쳐온 시간을 상상해본다. 오랫동안 애써도 끝내 담담해질 수 없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알다가도 모르겠고 붙잡을 수도 없는 마음이란 것에 대해 자꾸만 곱씹게 된다. 맑고 서늘한 목소리로 ‘마음, 마음, 마음’이라고 반복해서 부르는 복태의 목소리가 내 마음에도 맴돌기 때문이다.
[크레딧]
노래 복태
기타 한군
첼로 강태훈
작사 복태
작곡 복태와 한군
편곡 한군
녹음/믹싱/마스터링 민상용 @스튜디오로그
조력자 김목인
표지사진 몽키
글씨 신소우주
봉골레 복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