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일렉트로닉은 이제 시작이다. [The Early Hits of COR3A]
일렉트로닉 아트 그룹(게임회사EA와 구별하도록 하자.) COR3A의 첫 정규 앨범이2020년2월24일 발매되었다. 작년11월에 첼리스트 지박과 협연한 문제작[L’Inferno] 이후 겨우3개월 만이다. 창작력의 고갈 따위 신경 쓸 시간도 없이 새로운 작품을, 그것도 정규 앨범으로 발표하였다.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아리송한 이름을 가진 그룹COR3A는 이미 음악계에서 잔뼈가(잔뼈만) 굵은 일렉트로닉 뮤지션3명이 모여(ZRO, WYM, HEO) 음악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오디오 비주얼, 사운드 아트 그리고 미디어 아트의 영역까지 도전하며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그룹이다. 최근 부천 아트 벙커에서의 공연을 보면 그들은 모듈러 신서사이저 시스템과 오디오 제너레이티브 비주얼을 이용한 공연을 선보였는데 마치 밴드처럼 각각 멤버들이 음악의 파트를 맡아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앨범은 그간의(3개월 남짓 동안의) 여러 공연 및 전시 작업의 결과물12곡이 빼곡히 담겨있는데, 그들은 이것을 그들의 초기 작품이라 설정한 듯 앨범의 타이틀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초기 히트송 모음집’이라니, 아직 들려줄 음악이 많다는,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그들의 자신감으로 읽힌다.
그들이 직접 만든 레코드 레이블 ‘빌로우’의 세 번째 앨범인 이 작품은 그들이 어떤 스타일의 일렉트로닉 뮤직을 지향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여러 뮤지션들이 떠오르지만 타이틀곡인 ‘Same Old Fear’는Fennesz의 향기가 떠오르고Boards of Cor3a라는 부제를 가진 ‘B.O.C.’는Boards of Canada의 오마주이다. ‘Conditional Trigs’에서 보여주는 아찔한 비트의 향연은Aphex Twin과Squarpusher에 대한 존경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 속에서도 다양한 일렉트로닉 뮤직의 서브 장르들을 느끼게 해주는 사운드와 편곡은 신인이지만 신인 같지 않은 그들의 음악적 내공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서 듣기 힘든 본격적인IDM, Ambient, Glitch 사운드를 지향하는 앨범이지만 중간중간 댄서블한 트랙들과 아기자기한 소품 형식의 트랙들도 배치하여 행여나 리스너가 심연으로 빠지지 않도록 은근슬쩍 붙잡아 주는 것도 앨범 감상의 큰 재미이다.
글: 문화 분석가- 후안 리(Jua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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