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와 사운드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크로스오버 [Adapted Soundtrack]!
사운드 아트 그룹 코리아(COR3A)와 첼리스트 지박(Ji Park)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L’Inferno : Adapted Soundtrack vol. 1]이 11 월 28 일 발매되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현악기 첼로의 조합은 이미 여러 음악가들이 시도했던 실험이기에 크로스오버 음악으로서 이제는 생소한 만남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박과 COR3A, 두 아티스트 팀이 만들어낸 사운드의 조화는 비슷한 시도를 했던 다른 음악들과는 차이가 있는 특별한 점이 있다.
이 앨범에 담겨있는 음악들은 모두 동일한 영감의 원천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바로 영화이다. 영화는 대표적인 감독의 예술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감독이 자신의 영화적 비전을 뒷받침해줄 음악을 영화음악가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함께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이미 발표된 기성 음악들을 삽입하기도 한다.
COR3A 와 지박은 이 점을 역으로 활용하였다. 두 아티스트가 가진 음악적 비전을 현실화하는데 뒷받침해 줄 영화를 찾았고 영감을 얻어 사운드트랙을 만들었다. 기성의 예술 형태를 다른 예술의 방식으로 작업하여 재생산하는 것을 각색이라 말한다.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를 만들 듯 COR3A 와 지박은 영화를 각색하여 음악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이 앨범 부제로 붙여진 이름이 “Adapted Soundtrack” 즉 “각색된 사운드트랙”이다.
지박은 전방위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 중인 현대무용 음악 감독이자 작곡가, 첼리스트이다. 미국 뉴잉글랜드음악원 석사 출신인 그녀는 그룹 ‘살롱 드 오수경’의 멤버로서 지난 2014 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상을 받은 바 있다.
COR3A 는 Creators of Rave & Electronic Arts 의 약자이며 각자 일렉트로닉 음악 아티스트로서 활동해온 3 명의 멤버, 지로(ZRO), 해오(HEO), 윔(WYM)이 2018 년에 새롭게 결성한 사운드 아트 그룹이다. 지로(ZRO)는 밴드 펄스데이의 기타리스트로서 활동했으며 솔로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브로큰 제로(Broken Zero)로서 2014 년에 정규 앨범 [홍진(紅塵)]을 발표하였다. 해오(HEO)는 2015 년 제 12 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은 2 집 앨범 [Structure]를 포함 3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다. 윔(WYM)은 2014 년 정규 1 집 앨범 [After Moon]을 발표하고 제 12 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후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해온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다.
대중음악과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신스팝, 일렉트로닉, 테크노, 하우스, 앰비언트 등 각자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해왔던 세 명의 멤버들은 일렉트로닉 뮤직과 사운드 아트, 오디오 비주얼, 미디어 아트 등을 접목한 더욱 확장된 예술활동을 위해 COR3A 라는 이름으로 사운드 아트 그룹을 결성하였다.
음악활동에 있어 일반적인 접점이 없던 지박과 COR3A 가 만나게 된 중심에는 인천이 있다. 두 아티스트팀은 인천문화재단 산하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운영 중인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10 기 공연예술부문 작가로 선정되었고 올 한 해 인천에 기반을 두고 활동해 왔다. 그리고 이 앨범은 인천아트플랫폼이 기획한 2019 IAP 콜라보 스테이지 5 번 째 시리즈였던 [지박 x COR3A] 공연의 결과물이다.
지박과 COR3A 는 단발성 라이브 공연을 위한 협주 작업보다는 앨범이라는 매체를 통해 추후 지속적인 감상이 가능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으로 컬래버레이션의 컨셉트를 잡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각색된 사운드트랙”, “Adapted Soundtrack” 시리즈이다. 음악으로 각색을 하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첫 영화는 바로 [L’Inferno]이다. [L’Inferno]는 1911 년에 이탈리아 영화 감독 Giuseppe de Liguoro 이 연출한 무성 영화이며 3 년의 제작 기간이 걸린 이탈리아 최초의 장편 영화이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단테가 아케론의 강, 림보, 색욕지옥, 폭식지옥, 탐욕지옥 등 다양한 지옥의 모습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테의 지옥에 관한 최초의 영화이며 현재까지 수 많은 지옥의 모습에 영감을 준 작품이다.
지박과 COR3A 는 72 분 길이의 무성영화에 쉼 공간 없이 자신들만의 음악성을 담은 사운드트랙을 입혔다. COR3A 의 사운드 아티스트, 세 멤버 각자가 운용하는 모듈러 신디사이저(Modular Synthesizer)로 만든 일렉트로닉 사운드 스케이프 위에 올려진 지박의 첼로 선율이 기본 음악적 골격을 이뤘다. 그리고 지박의 피아노, 지로(ZRO)의 일렉트릭 기타와 해오(HEO)의 일렉트릭 베이스 그리고 윔(WYM)의 신스 베이스, 테잎머신 연주 등 다양한 사운드가 더해졌다.
9 개의 트랙으로 나눠진 수록곡들은 각 트랙마다 2, 3 개의 다른 음악적 테마들을 담고 있으며 현대음악, 앰비언트, 코딩을 통해 제작한 알고리즘 일렉트로닉 사운드, 신스웨이브 등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이 크로스오버되어 있다. 앨범의 엔딩 트랙이자 타이틀 트랙인 ‘Lucifer’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첼로 연주가 헤비메탈을 방불케 하는 강렬함을 담으며 앨범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본 앨범은 지난 9 월 21 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한 2019 IAP 콜라보 스테이지 vol. 5 [Ji Park x COR3A] 라이브 시네마 공연을 통해 초연되었다. 감상용으로 제작한 앨범이지만 영화를 각색한 사운드트랙이기에 [L’Inferno] 영화를 보며 함께 이 앨범을 감상한다면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자극 받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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