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계절의 순간마다 함께해줄 노래들..
부산아들 - 계절의 순간
나는 부산아들의 팬이다.
부산아들의 공연 소식이 들릴 때 마다 가능한 빼놓지 않고 달려갔고, 가끔 공연을 만들 기회가 있을 때마다 1순위로 섭외하려 했다. 부산아들의 노래들은 어쩐지 나만 알기엔 억울한 노래들이었다. 여느 부산아들처럼(부산아들은 부산 사투리로 부산아이들을 뜻하기도 한다.) 김신영과 전우현은 나를 ‘행님’이라 불렀고, 가끔 우연히 마주치면 술 사 달라 조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성공한 팬들만이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을 느꼈다.
이젠 부산아들의 무대를 다시 볼 수 없다. 전우현은 일본에 거주 중이라 들었고, 김신영은 그의 노래 가사처럼 돌아오지 않는 길을 따라 가버렸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신영을 많은 언론에선 ‘가수지망생’ 이라 소개했다. 팬으로써 몹시 속상하고 서운한 일이었다. 2018년 1월. 사후에 발매된 김신영의 앨범 [아무 말 없이]로 어느 정도 아쉬움은 줄었지만, 앨범 하나 남기지 못한 부산아들의 노래들은 내내 그립고 아쉬웠다.
나는 성공한 부산아들의 팬이다. 덕분에 앨범발매 이전에 먼저 음원을 반복해 들으며 소개한다. 반갑고도 아픈 일이다. 한창 활동하던 시기. 언제 앨범이 나오느냐 보채던 내게 데모녹음 중이라던 기억이 있다. 그 때 녹음해둔 음원이 이제야 세상과 만난다.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만으로 단출하게 녹음된 노래들이다. 원래 그들이 완성하고 싶었던 소리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크고 작은 카페에서, 공연장에서 연주하던 부산아들의 기억들을 생생하게 재생시켜주기에 더욱 반갑고 그립다. 그리고 고맙다. 정말이지 나만 알고 싶지는 않은 노래들이다. 나와 같은 팬들에겐 역시 더없이 고마운 선물이지만, 더더욱 많은 이들에게 매년 돌아오는 계절의 순간마다 함께하고 각인되어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길 바라는 맘이다. 부산아들의 노래는 그런 노래들이다. (방호정 - 작가. 영화배우. 부산힙스터연맹 총재)
펑크 록커 둘의 분약화. 선택과 애정, 인내와 추억으로 이렇게도 아름다운 노래 되었습니다.
축하, 축하합니다. (김일두)
‘부산아들'을 두고 바다 얘기를 하는 건 진부하지만 안 할 수가 없다.
갑자기 탁 트이며, 마음을 놓아버리게 만드는 사운드. 바다에 방금 도착한 듯한 느낌의 앨범.
날것의 기타만으로도 이렇게 생생한 장면을 그릴 수 있는 건 오로지 곡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특히 두 멤버의 아름다운 코러스는 더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김목인)
나와 함께 마하3라는 밴드를 결성했던 우현이 형과 신영이 형은 두 번의 합주 후 대판 싸우고서는 금세 화해하고 2주 후에 부산아들을 결성했다. 그렇게 잘 싸우면서도 죽이 잘 맞던 둘의 음악은 늘 가볍게 내가 좋아했던 곳으로, 그 시절로 나를 금방 데려다준다. (하재영 / 세이수미)
최대한 많은 정보를 미리 보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시디를 사던 시절이 있었다. 듣고 싶던 음악을 다 들을 수 없어서였다.
무슨 무슨 상 수상, 평론가들 극찬을 받은, 이런 무거운 수식이 잔뜩 붙은 트랙을 플레이하고, 정교하고 매끄러운 선율을 따라가며, 손에 잡히지 않는 음악의 우아함과 신비함에 매료되던 시절이었다. 그렇지만, 노래를 부르는 건지 울부짖는 건지, 기타 코드는 정말 간단할 것 같은—기타를 전혀 치지 못하던 내가 듣기에도— 펑크 Punk를 처음 들었을 순간의 짜릿함 또한 기억한다. 옷에 묻을까 봐 조심조심 먹던 음식을 팍팍 퍼먹는 시원함이었다.
부산아들의 노래를 들으니, 음악을 열심히 찾아듣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펑크에서 브릿팝으로, 노이즈로, 얼터터니브와 그런지로, 흑인 음악과 일렉트로니카까지 무진장 노래를 많이 듣던 그 시절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때의 마음이다.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빛나기만 하던 생각들로 나 역시 부산아들처럼 “아무도 없는 길을 찾아서”, “낯설은 이곳에서 서성”이고 싶었다. “시간은 나에게 중요치 않고” “어디론가 멀리 가버리면” 된다고 생각했었다.레코딩된 노래는 창작자가 그 노래를 만든 순간뿐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이들의 엉뚱한 순간도 소환하는 타임머신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한때는 청춘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부산아들)과 내가 음악적 선호도가 비슷해서 더욱 생생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어림짐작일 뿐이다. 나는 그들 중 한 명과 알고 지내는 사이였지만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깊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둘을 만나서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나는 넌지시 얘기하고 싶은 앨범과 아티스트들이 좀 있다.
Big Star, The Pastels, The Softies, The Vaselines, Galaxy 500, Blueboy, Trembling Blue Stars, Acid House Kings, Jens Lekman, The Microphones. 이 소개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위에 열거된 음악, 그러니까 인디팝, 트위팝, 브릿팝, 인디 록 스타일, 특히 90년대와 00년대의 인디 음악을 좋아한다면 부산아들의 [계절의 순간]은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일렉트릭 기타 한 대, 그리고 달라서 어울리는 두 목소리만으로 더도 덜 것도 없이 채워진 이들의 수줍은 노래가 “어느샌가 입가에 맴”돌게 될 것이다. (빅베이비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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