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준 [그저 그런대로]
2015년 여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겪은 일입니다. 저는 아버지가 일하고 계셨던 사우디아라비아에 한 달 정도 다녀왔었습니다. 처음 그 곳에 발을 딛였을 때 느낌은 온 나라 전체가 한증막인 것처럼 한밤중에도 낮 동안에 데워진 대지가 식을 줄 모르고, 또 뜨겁고 습한 모래바람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가족을 위해 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저 대단한 ‘희생’의 단어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모태신앙으로서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과 함께 교회를 다녔습니다. 평범한 모태신앙 인지라 아동부 성경학교부터 중고등부 수련회까지 모든 일정에 빠짐없이 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봤을 때 그것은 제 신앙이 아니라 부모님의 신앙이었습니다.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고 그 곳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좋아서 나간 것이지. 정작 저의 신앙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교회가 좋고 배운 대로 예수님, 하나님이 좋아서 교회를 잘 다녔습니다. 그렇게 2013년도에 군대를 갔습니다. 훈련소 땐 매주 군대교회를 가서 눈물로 간절한 예배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자대발령을 강원도 양구 산골짜기 격오지로 받았습니다. 그곳에서는 2-3주에 한번씩 독수리교회로 목사님이 오시곤 했는데 초반엔 잘 가다가 차츰차츰 저도 모르게 예배에 불참하게 되었고 그것이 적응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전역을 하고서도 교회를 띄엄띄엄 다녔고 제 안에 신앙은 점점 더 차갑게 얼어갔습니다. 전역 후 휴학을 하고 유럽 배낭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아르바이트를 할 겸 아버지가 일하고 계셨던 사우디아라비아에 가게 되었습니다.
다시 사우디아라비에서의 일입니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한인교회를 다니셨는데 직장이 한번 옮겨지면서 한인교회와 아버지와의 거리는 편도 600km 이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교회를 가시기 위해 전날 밤에 온종일 달려 예배를 섬기시고 다시 600km를 현지 운전기사와 함께 번갈아 가면서 운전해서 다시 일터로 달려오시기를 2년 가까이 하고 계셨습니다. 저도 그곳에 있는 한 달 동안 4주를 그렇게 다녀봤었는데 정말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가 하시던 일은 현대중공업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화력발전소를 짓는데 화력발전소에서 일할 일꾼들의 숙소를 짓고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곳은 사막과 광야가 섞여있는 허허벌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맞이하게 되었는데 그 파괴력은 가히 상상초월이었습니다. 광야의 모래와 건축자재물, 돌 들을 동반한 무서운 바람인 것을 직접 경험했기에 맨몸으로 맞는 순간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보호했습니다. 온몸으로 모래가 들어오고 눈, 코, 입 전부 흙먼지가 들어와 숨을 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정말 죽음의 공포가 나를 찾아왔고 정말 죽겠구나 싶으니 그동안 막혀있던 기도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다른 기도가 아니라 ‘주님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만 나왔습니다. 이대로 죽으면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겠나 싶었는지 필사적으로 회개했습니다. 그렇게 웅크리고 있는 저에게 머리에 꽝하고 부딪히게 무언가가 날라 왔습니다. 바로 전날 모래바람으로 인해 뜯어진 지붕을 수리하기 위해 정리해서 다시 쌓아두었던 철판 지붕 중 하나였습니다. 그 철판 지붕 하나가 오묘하게 저의 몸을 감싸주었고 저는 그곳에서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면서 기도의 제목이 감사의 기도로 바뀌었고 그곳에서 살아계신 나의 하나님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나의 작은 신음소리에 응답하시고 그곳에서 저를 만나주셨습니다.
그 문턱에서 만난 말씀 중 하나는 잠언 16:9절 말씀이었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아멘
저는 제 나름대로, 계획대로 그저 그런대로 잘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뒤 돌아 봤을 때 하나님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는 이미 주님이 수 놓으신 그 길 중 하나를 걸어가는 것뿐이고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내가 가야할 길을 나는 모르지만 모든 상황 속 에서 주님을 예배하고 찬양하는 길로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나의 걸음을 인도 해주실 것이고 나의 발의 등불이 되어주셔서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내딛을 곳을 알려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그저 그런대로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이 찬양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의미 없고 의욕 없는 한걸음이구나’ 라고 느껴질지라도 나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이 바로 나의 여호와이심을 깨닫고 그 주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어느 날 일을 하던 중 저쪽 지평선 쪽에서 시커먼 소용돌이가 몰려왔습니다. 멀리서 봤을 때 무척이나 신기해서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는데 그것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알고 보니 전날에도 숙소의 지붕을 뜯어가고 무너뜨린 사이클론이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모래폭풍을 온몸으로 다짐했습니다.
가사의 중간에 ‘방황하는 내 발걸음을 돌려 주소서’, 라는 가사가 마지막엔 ‘방황하는 내 발걸음을 인도 하소서’ 로 바뀌게 됩니다. 지극히 당연한 고백이지만 저의 삶을 통해 녹여낸 이 가사가 많은 분들께 위로가 되길 원하고, 저 또한 계속해서 그렇게 살기를 원합니다!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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