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찬건의 연주엔 바로 그 맺고 끊음이 잘 드러나 있다. 선율이 나아가는 방향이 잘 드러나 있고 느낌이 가라앉고 떠오르는 것을 잘 드러낸다. 가락을 서둘러 흔들지 않고 까닭 없이 떨지 않는다. 흔들고 떨 때는 바로 마음에 닿는 느낌을 찔러 준다. 이는 예찬건이 오랫동안 가곡과 시조와 가사와 시창을 노래해 왔다는 데서 그 공력의 바탕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음악들은 노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노래든 기악이든 그 근원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영산회상조차도 거문고로 잡든 단소를 쥐든 노래 부르듯이 소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예찬건의 단소는 물길이 가듯이 자유롭다. 돌에 막힌 물줄기가 돌을 돌아 넘듯이 큰물에 이른 물줄기가 자적하든 유유하다. 영산회상의 아홉 곡을, 마치 노래하듯 들려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