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앨범 [낮과 밤] 이후, 3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다른 작업들로 보낸 시간들이 참 길었습니다. 덕분에 긴 시간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새 노래는 올봄에서야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내 노랫말과 멜로디를 부르며 작업하니, 참 생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언제나 노래의 시작은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버스를 타고 간다 좋은 봄날에...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봄의 이미지입니다. 어딘가에 도착해 확인하는 봄의 광경이 주는 벅찬 감동만큼이나, 그곳을 향해 가는 마음도 그 기대와 설렘으로 이미 충만하고 아름다우니까요. 그런 마음은 매년 봄마다 반복되지만, 처음 사랑하는 사람의 떨리는 마음을 닮았습니다. <우리가 가는 그곳>은 그 마음을 노래합니다.
기대와는 달리, 2020년 봄, 우리는 가장 힘든 봄을 보내고 있습니다. 창밖엔 여느 봄과 다름없이 꽃과 나무들이 선명함을 더하고 있지만, 거리는 텅 비었습니다. 이 봄, 우리는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멀리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여러분들에게 가닿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많은 것들이 유예된 봄이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아름다운 봄을 보내야 하니까요.
곧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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