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When the Blue Bloom Blooms]
2020년 늦은 봄,
작곡가 ‘사랑’ 의 첫번째 작품집 ‘When the Blue Bloom Blooms’ 가 세상에 선보인다.
그녀에게는 10년만에 본인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두번째 앨범인 동시에,
기존의 송라이터 및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활동에 더해
작곡가로서의 커리어가 새로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본격 데뷔작인 셈이다.
뒤늦게 시작된 뮤지션으로서의 커리어.
이후로 오랫동안 붙들고 씨름해야 했던
스스로를 향한 끝없는 고민과 의심,
그리고 치열한 고통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시작되었던 타국에서의 3년.
‘폭풍같았다’고 회고하는 그 시간은 결국
무탈하게 마무리 되었고,
온통 영롱하고도 건조하던 초록색 사막과
광야에서 만난 거친 바람의 기억을 선명하게 가슴에 새긴 채,
그녀는 그렇게 ‘집’에 돌아왔다.
그 시간의 끄트머리에 일기장 펼치듯 연주 되었던 곡들을
품 안에 고이 끌어안고서.
이후 사랑(Sarang) 은
현지에서 작업한 스튜디오 녹음본 및 라이브 음원의 정식 발표를 위해
귀국 이후에도 시공의 한계를 넘으며
그 곳에서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과 꾸준히 소통해 왔는데,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를 넘고넘어
이제야 그 곡들이 세상의 빛을 볼 준비가 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녀에게 있어 이 음반은
20대 후반에 음악을 시작한 이후 줄곧 스스로를 ‘늦깎이’라 칭해오던 일개인으로서
앞으로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없을 것임을 자진하여 알리는
일종의 신고식인 동시에,
오랫동안 씨름하며 고민해 마지않았던 옛 자아에게 이별을 고하는
기념비 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이를 위하여 그녀 스스로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앨범 곳곳에 숨겨 놓았기에,
파아란 꽃의 개화 과정이 담긴 이 스토리는
여러 의미에서 Sarang 의 자서전이나 다름없다 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이 앨범, 우리말로 ‘파란꽃이 피어날 때’ 를 의미하는
‘When the Blue Bloom Blooms’ 에서 사랑(Sarang) 은
낯선 세계의 생경함, 약자의 분노, Seligman 의 학습된 무기력, 두려움에의 직면과
신의 격려, 한번뿐인 삶에 대한 조언, 인종차별, 고통을 넘어 끝끝내 맺어지는 열매의
기쁨 등
작곡가 개인의 시각으로 접근한 인생사의 다양한 주제들을
바람(Wind) 과 비(Rain), 속삭임, 종소리, 발자국, 숨소리 등의 주요 모티브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소리’ 자체를 기반으로 하는 일렉트로닉뮤직과 보컬뮤직,
강한 임팩트의 피아노 솔로부터 하이브리드 앙상블,
실험적인 즉흥연주와 이에 대조되는 보편적 음악언어,
한국인으로서의 강한 정체성과 역동적인 재즈 그루브 등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실험적이고도 상반되는 요소들을 음반 전체에 두루 녹여냈으며,
직접 번역한 한국시 2편
(가수 이소라의 ‘피어라 피어’ /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인도의 가톨릭 대주교 Alfred D' Souza 의 가르침을 노랫말로 사용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ㅡ*
… 끝도 없이 펼쳐진 듯 보이는, 광야같은 인생의 시간.
그래도 생명이 붙어있는 한
당신의 꽃은 결국 어디서고 피어난다.
‘사랑’ 의 음악을 통해
멍 들었던 당신의 가슴 속에도
그 어디엔가 숨어있던 파아란 꽃이 고개를 내밀어 기어이 당신과 마주하게 되기를,
그래서 어느 날 당신의 영혼 역시
자신만의 빛깔로 한껏 피어나게 되기를 …
2020년 늦은 5월의 흐드러진 봄,
작품 발표를 앞둔 ’사랑’ 은
기대하고,
또 기도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