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꾸준히 작업해온 동두천 프로젝트의 시작
밤의 낙검자수용소가 레인보우99에게 준 감정 그 자체, ‘낙검자수용소, 밤’
안녕하세요. 레인보우99입니다. 1년간 꾸준히 이어온 동두천 프로젝트 작업을 이제야 정리해나가고 있는데요, 그 첫 작품은 바로 ‘낙검자수용소, 밤’이라는 싱글입니다. 한 곡이라 싱글이라고는 하지만 그 한 곡이 거의 30분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앨범이라고 하고 싶은 곡이에요. 이 곡은 작년 여름 동두천 낙검자수용소(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성병관리소나 몽키하우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곳입니다. 동두천 소요산 입구에 여전히 폐건물로 남아있어요.)에서 캠핑을 하며 작업했는데, 밤새 낙검자수용소와 소요산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이 네 개의 구성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처음 동두천이라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룬 동두천과 기지촌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윤금이 사건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은 기지촌이 어떻게 시작되어 이천 년대 초반까지도 국가의 관리 하에 인권의 사각지대로 존재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되었는데, 제가 더 집중하게 된 부분은 몽키하우스라 불리던 낙검자수용소, 수많은 무연고 기지촌 여성들이 묻혀있는 상패동 공동묘지, 여전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보산역과 턱거리의 기지촌, 동두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군부대와 부대 관련 시설처럼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들이 그대로 방치되어있다는 사실에 있었습니다.
그 이후 동두천이라는 공간은 계속 제 머리에 맴돌았고, 결국 동두천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해나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시작해야 할지도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막연한 작업이었고, 수많은 이야기와 역사가 담긴 공간들을 어떻게 바로 보고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우선은 그 장소들에서 직접 시간을 보내보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했고 무작정 동두천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의 첫 장소가 바로 몽키하우스라 불리던 낙검자수용소입니다. 몽키하우스는 가장 다가가기 두려운 장소이기도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활발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낮의 낙검자수용소 마당에서는 밭농사가 한창이었고, 수많은 주민들은 마당 끝자락 나무 그늘에서 술자리를 벌이기도 했으며, 초소는 그들의 창고이자 휴식 장소로 쓰이고 있었어요. 건물 뒤편은 품바 공연장으로 불법 점거되어 사용되고 있었고, 건물 안은 그들이 버린 쓰레기들과 낙서로 어지러웠으며, 옥상은 품바 공연장을 지탱하기 위한 밧줄들로 어지러웠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자 가끔 들려오는 동물소리와 바람소리, 나뭇잎 소리만이 남아있는 텅 빈 공간이었어요. 전 그제서야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낙검자수용소 마당 한가운데 텐트를 치고 초소의 의자를 꺼내어 앉아 밤새 작업을 진행했는데, 왼쪽의 초소와 오른쪽의낙검자수용소, 정면의 산이 묘하게 서정적이고 차분한 기분을 만들어주었어요. 그 기분과 공간 속에서 작업하게 된 곡이 바로 이번 싱글입니다. 밤의 낙검자수용소가 제게 준 감정과 기운, 가만히 들어봐 주세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잊지 말아야 할 동두천의 역사와 공간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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