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한 그 이상의 감각,
더 바스타즈 (The Vastards)의 첫 EP [As I Please]
2017년 결성 이후 발매한 3장의 싱글, 그리고 하우스오브반스 뮤지션원티드 한국 1위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더 바스타즈에게 2019년은 어떤 한 해가 될까?
햇볕이 잘 드는 어느 비 오는 주말 아침을 만난 적이 있는가?
무슨 아이러니한 조합이냐고?
지금 만나게 될 더 바스타즈의 느낌이 딱 그렇다.
역동적인 붉은색, 차분히 정돈된 푸른색,
그 모든 것이 한데 섞여 조용히 고동치는 심장의 검붉은 빛깔.
이번에 발매된 EP를 들어보면 편곡과 사운드 구성에 있어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고민하였음이 느껴진다. 현재의 더 바스타즈가 가지고 있는 강렬한 이미지는 라이브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에서 익히 알려진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밴드는 그 이상의 감각을 표현한다. 이번 앨범을 함께 작업한 신봉원 프로듀서에 의하면 기존에 구축된 본능적 이미지뿐만 아니라 더 바스타즈가 가지고 있는 대중성과 음악적 완성도 사이에서의 균형, 그리고 서정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특히 곡마다 요구하는 드럼의 사운드가 워낙 달랐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양한 마이킹 테크닉과 룸 어쿠스틱 튜닝 및 드럼 튜닝을 통한 레코딩이 진행되었다.
더 바스타즈는 2017년 5월 데뷔했다. 그들에게 1분 30초라는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데뷔 앨범의 첫 트랙 '1m 30s'에 이어 이번 EP에서도 1분 30초 길이의 곡 ‘I’m sorry’로 앨범을 시작한다. 첫 1분 동안 보컬을 배제하고 악기 소리로만 가득 채운 인트로에서 이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As I Please’는 앞 트랙의 분위기를 이어받는다. 이 곡은 멤버들의 치열한 토론 끝에 선택된 타이틀 넘버로, 그들이 오랜 시간 지켜왔던 스타일이 그대로 담긴 곡이다. 이어지는 3번째 트랙은 2018년 12월 싱글컷으로 발매된 바 있는 ‘BASTARDS’이다. 반복되는 리프에서 절정으로 다다르는 연주가 인상적이다.
지금까지는 당신이 생각하던 모습의 더 바스타즈와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4번째 트랙 ‘빈 방’에서 오랫동안 가슴 깊숙이 스며들어있던 감정을 조금 겉으로 드러내고자 변주를 시도한다. 여러 공연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신들은 펑크밴드가 아니라고, 사실은 감성적인 밴드라고 말해왔던 모습을 기억한다면 이 곡을 들었을 때 이 밴드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modern love’는 멤버들이 가장 아끼는 곡 중 하나이다. 발랄한 리듬에 애잔한 멜로디가 잘 어우러진 이 곡은 의외로 더 바스타즈의 많은 고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강렬한 느낌을 가진 연주자들로 구성된 밴드지만, 멜로디컬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방향 사이에서 이 팀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들어볼 수 있다.
마지막 트랙 ‘8월’은 2017년에 발매했던 ‘8월’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극단적으로 드라이하며 빈티지한 톤을 구현하고자 많은 고민을 하였고, 후반부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또 다른 드럼 세트로 녹음을 해 한 곡에 두 가지 드럼 세트를 사용해서 레코딩을 진행할 만큼 전반적인 사운드에 있어서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전체적으로 일관되고 정돈된 분위기가 관통하는 이번 앨범은, 그들이 2017년 발매한 데뷔 싱글 [sugar free] 이후로 계속 쉬지 않고 달려왔으며 한층 더 성숙해졌음을 보여준다.
봄이 여름이 되듯이, 소년이 남자가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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