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마리와 친구들’, ‘마리 X 선정’ 등 모습을 조금씩 바꾸며 꾸준히 성장한 그였지만, 한편으론 언젠가 좀 더 본인만의 색깔을 담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곡 위주로 앨범을 꾸렸던 지난날과는 달리,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음악, 아껴둔 이야기들을 담아 이 EP를 채웠다.
EP의 모든 곡은 ‘마리’ 본인의 이야기이다. 어릴 적의 짧은 기억,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단상, 사소한 몸부림, 선명한 어느 날의 꿈. 그 모든 날의 기록, 고민의 잔상들.
솔직하게, 가깝게 노래하고 싶은 ‘마리’의 오랜 바람을 결코 [작지 않은 미니 앨범]에 담뿍 담아 넣었다.
1. 나 여덟 살 때 (When I Was Eight)
여덟 살 꼬맹이에게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었다. 어느 날 밤, 먼 미래의 이별을 상상하던 소녀는 엉엉 울며 엄마 품을 헤집었다. 담담히 '죽음'을 알려주는 엄마의 말에 왜일까? 눈물이 그쳤다.
어릴 적 일화를 떠올리며 쓴 이 노래에는 무뚝뚝한 딸의 투박한 고백이 가득하다. 예쁜 멜로디에 함축적인 가사가 매력적이며, 이야기하듯 연주하는 피아노 또한 흥미롭다.
(덧붙여, 마리의 어머니는 굉장히 건강하시다.)
2. 붕어빵 (Bungeoppang) (title)
겨울을 떠올리면 기온과 대비되는 따뜻한 풍경이 먼저 그려진다. 모락모락 김을 뿜는 거리의 노점들, 포근할 것만 같은 하얀 눈송이, 맑고 신선한 겨울의 공기.
제목처럼 붕어빵을 의인화시켜 이야기한 곡으로, 시 같은 가사에 집중해 볼 것.
풀 밴드로 구성해 듣는 재미가 쏠쏠한 발라드 팝이다.
3. 오늘도 고단한 나의 밤 (Nevertheless, Good-Night!)
영감이 넘쳐나는 밤을 헛되이 보낼 수 없는 음악인의 숙명, 바로 '불면증'이다. 유독 그것이 괴롭고 가혹한 밤이 있다. 피곤하다. 생각이 얼른 멈추고 꿈도 꾸지 않고 개운하게 일어나 봤으면. 불면의 밤이 낳은 불면증에 관한 노래라니 역설적이다.
그동안 발표한 곡 중 처음으로 기타를 메인 악기로 두었다. 예쁘게 쌓인 클래식 기타와 간결하게 공간을 채우는 베이스와 피아노가 조화롭다.
4. 꿈 (Dream)
독특한 코드 진행이 인상적인 ‘꿈’은 마리가 발표하길 벼르고 벼르던(?) 곡이다.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의 곡을 한 번쯤 선보이고 싶어서이다.
일렉 소스가 주가 된 곡임에도 어쿠스틱한 젬베 소리가 묘하게 뒤섞인다. 짝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천천히 그림을 그리듯 읊조리는 가사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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