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쓴다. 또 써. 이 지겨운 싸움이 언제 끝날까. 네튤농은 왜 계속 앨범을 낼까. 왜 항상 앨범 소개 글은 나여야만 하는 것일까. 안 그래도 삶은 계속 나를 질문 속에 가둬두고 선택을 강요하는데, 나는 왜 ‘싫어.’ 라고 말 못 했을까. 어쨌든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말에 나는 책상에 앉았다. 숙취 때문에 손가락은 흔들리고 애꿎은 창밖만 바라보는데 네튤농의 새 앨범 [Very Very Fine House]를 귀에 쑤셔 넣으며 무슨 말을 할 지 고민해본다. 하필이면 이번 앨범은 또 영어로 해놔서 한/영 바꾸는 것도 귀찮아 죽겠다. 그나마 나니까 좀 빠르지 이규범은 큐플레이 올라타자 기준 영타 12타 정도 나온다.
이번 앨범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타이틀곡 ‘Very Very Fine House’와 ‘튤립에세이’ 두 곡으로 구성했다. ‘Very Very Fine House’ 아, 진짜 한영 바꾸는 거 귀찮다. 급하다고 해서 예재문의 맥북 에어로 쓰고 있는데 복사, 붙여넣기를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다. 사랑해요, 마이크로 소프트. 네튤농이 빨리 돈 많이 벌어서 나에게 앨범 소개글 작성용 맥북 프로 16인치를 사주면 좋겠다. 그 때는 복붙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베리 베리 파인하우스’라고 써야지. 제목 ‘베리 베리 파인하우스’는 최근 70년 대 포크 록에 심취한 이규범이 가장 좋아하는 그룹 Crosby, Stills & Nash & Young의 1970년 발매 [Deja Vu] 앨범의 ‘Our House’라는 곡의 가사 일부다. 일부인 건 알겠는데 영어가 너무 많다. 일부러 그러는 건가. 어쨋든 저 곡의 가사 해석본을 접한 뒤 큰 감동을 받았고 본인도 사랑하는 사람과 집에서 누리는 행복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한다. 메세나 폴리스에 살면 누구라도 행복하겠지만. 원래 제목도 ‘메세나 폴리스’였지만 은희영이 별로라고 해서 ‘베리 베리 파인하우스’로 바뀌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것도 ‘베리 베리 베리 파인하우스’와 ‘베리 베리 파인하우스’를 두고 두 달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이제 가사에 ‘메세나 폴리스’라는 단어를 넣는 걸 보면 방송에는 나갈 욕심이 전혀 없어졌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규범이 많이 겸손해졌다. 이규범은 ‘베리 베리 파인하우스’에 대해 행복의 의미를 알게 되는 만큼 슬픔의 존재도 알게 되지만, 당신은 다 몰라도 되니 오직 기쁨과 행복 속에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역시 합정동 사불다운 면모다. 사불은 사랑의 불나방.
‘튤립에세이’는 멤버들이 다같이 불렀다. 홍순인이 ‘베리 베리 파인하우스’를 듣고 메세나 폴리스가 아니더라도 소박하고 예쁜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홍순인이 서른 중반을 넘어가면서 거미는 스스로 집도 잘 짓고 사는데 방 한 칸 없는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다가 나온 곡이다. 그래도 귀엽게 잘 나와서 다행이다. 쥐뿔도 없는 건 없는 거지만 ‘저 한심한 놈’ 보다는 ‘말이나 못하면’ 쪽으로 노선을 정했다. 역시 부천 사불다운 면모다. 사불은 사랑해요 불막창. 춘천에 진짜 불막창 기똥찬 데 있는데, 코로나가 끝나면 관광버스 대절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고 싶다.
이번 앨범은 멤버들이 곡에 많이 참여했다. 합정동 이규범의 집에서 레코딩을 하고 다같이 모여 로제 떡볶이도 시켜먹었다. 네고 된 다음에 먹었으면 좀 싸게 먹었을텐데, 어차피 공금 카드로 먹어서 상관없다. 최근 이규범이 주식을 시작하면서 돈 얘기만 나오면 우물쭈물하던데 공금 통장까지 투자한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겠다. 그리고 은희영은 네튤농을 떠났다. 앞으로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고 세션으로만 참여할 예정이다.
별별별별별별 네튤농 기타리스트 급구 별별별별별별
맥북에서는 별을 어떻게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ㅁ 한자 8이다. 속 찬 거.
아무튼 여러분도 살고 싶은 집에서 살고 싶은 사람과 꼭 행복하길 바란다.
요즘 블로그를 시작했더니 자꾸 블로그처럼 써지네. 끝!
네튤농 안티 팬클럽 회장
와 다 썼는데 복사를 못 해서 못 보내네.
이게 뭐람. 메모장에 갇혀버린 나. 귀엽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