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이전 세대의 혁명이었다. 사진기에 피사체를 담고, 그 피사체가 사진이라는 결과로 나오기를 기다렸던 시간은 폴라로이드의 등장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이제 수천만 화소의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고, 쉽게 전송하여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면 이제 폴라로이드는 무가치한 것이 되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실물 사진을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이용하는 것이니까.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메커니즘은 이렇듯 ‘찰나의 순간’에 기반한다. 그리고 카메라의 버튼을 눌러야 하는 찰나의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버튼을 누른 뒤에 어떤 사진이 나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몇 분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최창순은 이런 폴라로이드의 속성을 ‘첫눈에 반한 사랑’으로 가져왔다. 찰나의 순간에 반하고, 예고 없이 사랑에 빠진다. 사랑을 고백하고 나면 상대방은 어떤 대답을 할지 알 수 없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물건을 감정으로, 혹은 그 반대로 치환하는 것은 전통적인 메타포다. 하지만 은유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최창순의 노래는, 우리가 이제 ‘첫눈에 반한 사랑’을 [Polaroid Love]라고 칭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폴라로이드라는 물건과 단어가, 사랑의 모든 상황과 느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순창고’의 정규 1집이 다소 차분하고 우울한 노래들로 구성되었다면, ‘최창순’의 이번 노래는 그들과는 다소 거리를 두었다. 부캐의 시대, 순창고와 최창순 중 그의 본캐는 무엇이고 부캐는 무엇일까. 아니면 둘 다 본캐이거나 부캐일까. 어쩌면 이번 노래는 다양한 모습을 아이덴티티로 하는 최창순의 음악 세계에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가 될 지도 모르겠다.
[보라색 고백]에서 보여주었던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면모와 자신의 외연을, 최창순은 더욱 확장했다. 이번 곡에서는 기타연주를 전부 도맡아서 플레이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미디로 모든 악기를 표현하는 최근의 곡들과 달리, 이번 곡에서 최창순은 관악기의 풍성함을 노래 중간의 장치로 넣고자 하면서, 관악기 퍼커션, 드럼 베이스 등을 모두 연주자들이 직접 연주하여 녹음할 것을 고집했다. 이는 최초 편곡 작업부터 함께한 김지혜 영화 음악 감독과의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하였고, 그 과정의 고달픔보다는 결과의 뿌듯함으로 청자에게 울림을 줄 예정이다.
최창순은 이번 곡에서도 역시 여러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였다. 어쿠스틱하고 그루비한 드러머 조성준의 드럼 사운드와 재즈팀 '겨울에서봄'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는 김현규의 자유로우면서도 절제된 연주는 이 곡에 또 다른 포인트를 주며, 특히 트럼펫(장경한) 트럼본(정연세)의 느낌 있는 연주는 마치 음식을 완성하는 고명처럼 [Polaroid Love]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제 [Polaroid Love]를 플레이하고 음미할 시간이다. 첫 눈에 반한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이 노래는 그들의 추억 속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되어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는 이들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마치 봄눈처럼 예고도 없이, 올 4월 소중한 사람이 나타나리라는 최창순의 따뜻한 바람으로 남게 될 테니까.
Edited by 천우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