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령 자매에게 : 이리 와, 내가 모든 슬픔을 삼켰어]
2020년 3월, “나의 유령자매와, 좀처럼 유령이 아니었던 모든 이들을 위하여 슬픔을 없애는 심볼들, 이리 와.”
말하며 부르며 애도와 어루만짐을 위해 준비했던 페인터 겸 세라미스트 김성혜의 전시를 위해 음악가 ‘장명선’이 지은 음악들.
‘명선’은 애도에서 인간과 신의 사이를 잇는 천사를 떠올렸다.
“천사가 네 곁에 있어”라는 의미를 가지는 동시적 숫자, 엔젤넘버 444에서 착안하여 7트랙 모두 같은 4분 44초의 러닝타임을 가지며, 각각의 제목은 기독교 혹은 이슬람교 천사들의 이름을 붙였다.
대천사 미카엘의 정제된 성가적 음성을 시작으로 물, 불, 바람, 아이와 같은 천진한 연주, 의연과 파괴, 감시, 중간 세계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 죽음을 지나 마침내 구원을 상징하는 천사 레미엘의 소리 춤 동작에 포함된 들숨을 맞추는 소리로 원시로, 완전한 태초의 소리로 전 트랙을 마친다.
‘명선’은 유령에게, 혹은 생애에 속한 아직 유령이 아니어야 하는 친구들에게 천사의 소리를.
그리고 이 애도의 장을 마련해야만 했던 나에게 삶이 가진 생동의 소리를 들려주고자 했음을 알고 있다.
- 덧붙여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세계의 곁자리에서 지켜볼 유령들에게는 마음 들어 사랑을 보내며. 더듬어 냄새를 느끼며. 심볼을 받치며.
글 김성혜
친구의 애도를 위해 만든 앨범.
함께 작업 하는 내내 성혜는 죽음과 이별과 삶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사실 나는 그런 것들을 깊게 고민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슬픔을 삼켜 없애고 싶어하는 성혜의 슬픔을 싹 다 없애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지었다.
슬퍼하는 모든 이들이 이 음악들을 듣고 장례식장에서 웃고 있는 아주 어린 아이처럼 죄의식 없이,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떠올리고 상상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음악을 위한 음악이 아닌 풍등을 날리듯, 부적을 짓듯 만든 기원과 애도를 위한 음악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좋은 작업을 할 수 있게 해 준 성혜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글 장명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