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의 두 번째 직업은 볼탕 아크-5768이다. 썬에겐 여동생 블라가 있다. 블라는 지구에서 50년 전에 행방불명되었다. ‘네가 어디에 있더라도’는 썬이 블라를 찾는다는 사연을 듣고 달그마가 만든 노래다. 응원이랄까.
50년이란 시간은 인간들에게 반평생이지만 이들에겐 긴 시간이 아니다. 그럼월드에선 300살이 청년이다. 모태 솔로도 많지만 그럼월드의 뚜들에겐 그런 경우가 흔하다. 우리의 귀여운 터프가이 달그마도 그렇다.
네가 똥을 싸면 나도 똥이 마렵고 네가 배고프면 나도 배고프지
헤이, 블라. 지구에 갈 때마다 너의 흔적을 찾아다녀
옷에 밴 냄새로 널 찾을 때 강아지의 도움을 받았지만 소용없더라
50년 전의 냄새라서 그런가 봐
난 너의 오빠 썬, 넌 나의 여동생 블라
우린 떨어져 있어도 서로 통해
요즘 꿈에 어떤 도시가 흐릿하게 보여
쿠코랑 비슷하게 생긴 묘지도 보이고 녹색 중절모를 쓴 건물도 보여
최근에야 난 그곳이 미국의 펌킨 시티라는 걸 알았어
지구에 갈 때마다 펌킨 시티로 찾아가지
독수리를 타고 날아다니면서 여기저기 살펴보는 중이야
대신에 독수리 머리통을 자주 긁어줘야 해
대머리가 되어도 상관없데
몸 크기를 줄여서 잠자리를 타고 다니는 건 위험해
새들한테 공격당하거나 느닷없이 짝짓기를 하거든
얼마 전엔 암컷을 탔다가 징그럽게 달려드는 수컷 잠자리들 때문에 레모네이드가 들어있는 유리컵 속으로 떨어졌어
예쁘지만 무섭게 생긴 소녀가 빨대로 날 빨아먹을 뻔했었지
아무튼 곤충들과는 말이 안 통해
방금 호랑이가 지붕을 돌아다니는 걸 봤어
아, 아니구나 고양이었어 자기 이름이 타이거 페이스래
얼굴도 크고 멋지게 생겼어 위협적인 앞발도 가졌지
난 영혼의 언어로 타이거 페이스한테 물어봤어
사람을 조종하는 공룡 나무를 본 적이 있어? 없어
눈이 달린 나무는? 봤어 난 그 나무랑 눈싸움을 자주하지
그 나무가 어디에 있어? 녹색 모자 쓴 집
역시 그곳이 맞았구나
잠깐만 그 집에 들어가려면 뒷문으로 가
문손잡이랑 가위바위보를 하면 문을 열어주는데 그 손잡이는 항상 주먹만 내
네가 보자기를 내면 문을 열어줄 거야 난 항상 비겨
내가 손가락을 펴서 보자기를 내도 그 손잡이의 눈엔 항상 주먹으로 보이나 봐
고맙다 타이거 페이스 그리고 넌 호랑이보다 더 멋지게 생겼어 특히 눈빛
냐옹!
네가 어디에 있더라도 난 널 왕창 느껴
널 찾을 거랑께
네가 똥을 싸면 나도 똥이 마렵고 네가 배고프면 나도 배고프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