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당신이 스쳐간 익숙한 그곳
만들어진 시기는 다르지만 특정 시대, 특정 조류와 유독 밀접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음악들이 있다. 이들의 경우 접근 방식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그 시절을 현재에 알맞게 이식해 지금의 음악으로 들리게 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그 시절 그대로를 뚝 떠다 지금으로 데려다 놓는 경우다. 밴드 시크릿아시안맨의 음악은 후자에 속한다. 타겟으로 삼은 건 80년대 후반과 90년대. 덕분에 이들의 음악에는 8, 90년대 귀 밝은 이들을 중심으로 사랑받았던 드림팝, 브릿팝, 슈게이징 등 로우파이 기반의 각종 인디 록과 그 시대만이 지닌 특유의 무드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대부분 그럴만한 언급이고 일정 부분은 밴드가 직접 의도하기도 한 모양새다. 문득, 그렇다면 왜 하필 그 시기냐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그에 대한 대답도 어렵지 않다. 멤버들의 유년에 깊게 자리한 것이 바로 그때이기 때문이다. '시크릿아시안맨'의 음악에 드리운 추억의 향수는 멤버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겪어 얻어낸 소중한 기억 그대로다.
'시크릿아시안맨'의 음악을 별다른 정보 없이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이들이 한국 밴드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얼마일까. 동시에 이들이 정식으로 데뷔한 지 채 3년도 되지 않은 동시대 밴드라는 사실을 맞출 이는 또 얼마나 될까. 이 알쏭달쏭 한 수수께끼는 단지 이들이 영어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생기는 해프닝은 아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낯설지만 익숙한 이 오묘한 감정은 오히려 당신이 '시크릿아시안맨'이 소환하고 있는 바로 그 시대의 음악을 고스란히 거쳐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세상살이가 온통 환멸뿐이라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쏟아내는 목소리,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신경질적인 디스토션으로 응대하는 기타와 베이스, 온통 답답하고 막막한 기분 속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서정. 그렇다. 시크릿 아시안 맨의 음악은 당신의 마음 한구석 곱게 접어놓은 8,90년대, 그때 그 인디 록 밴드들의 음악을 무척이나 닮아 있다.
이들의 음악이 흥미로워지는 건 바로 그 지점이다. 흡사한 다수의 경우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평단과 대중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지만 이들만은 달랐다. 이 미묘하고도 중요한 차이는 결국 '시크릿아시안맨'의 음악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생겨났다. 골방에 틀어박혀 자신들의 음악적 자양분이 된 음악을 벗 삼아 빚어낸 첫 앨범 [Secrets Beyond The Room]은 그 자체로 이들이 듣고 보아온 그 시절의 순수한 재현이었다. 음악은 물론이려니와 VTR을 사용하는 8mm 카메라를 활용해 찍은 영상, 필름 카메라로 찍은 스냅샷, 테이프로 발매된 음반 형태까지 모두가 그랬다. 스스로 목표로 하고 있는 시대를 향한 이 지고지순한 순정은 젊음에 흔히 어리기 마련인 우울과 낭만으로 부드럽게 감싸이며 특유의 향과 맛을 냈다.
온스테이지에는 세 곡의 노래가 담겼다. 발매 순으로 보자면 2015년 '시크릿아시안맨'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내놓았던 싱글 [Money]의 수록곡 "No Money"가 가장 앞서고, 데뷔 앨범 [Secrets Beyond The Room]의 첫 곡이었던 "Delayed'와 'Seized with Cramp"가 뒤를 잇는다. 발표된 시기에 맞춘 감상도 흥미로울 것이고, 앨범 발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