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득 [세상 속으로]
가난한 이웃들의 삶과 투쟁을 노래로 응원하고 연대하는 가수 임정득의 신곡 ‘세상 속으로’. 조영관 시인의 시에 임정득이 곡을 붙였다. 비교적 단순한 멜로디와 편곡으로, 시 행간의 담백한 그늘의 깊이를 빛으로 길어 올리고 있다. 곡을 쓰고 노래를 불러온 그이의 이력이 이제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들뜨지 않고 한결 깊어진 목소리로 확인하게 된다. 무엇보다 노래말이 된 시의 음악성과 시어의 매력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증폭시켜 잘 그려내는 임정득의 표현력이 이번에도 빛난다. 그만큼 그이는 시를 좋아하고 또 잘 이해하는 가수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노래 ‘세상 속으로’에서는 현실과 대면하고 싸워야 하는 우리의 나날, 그 남루하고 고단한 세계를, 그러나 언제나 새롭게 인식하고 다시 사랑하려고 하는 ‘노래하는 사람’ 임정득의 의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 깨달음과 사랑의 의지에는 반드시 저만치 떨어진 광야가 필요하다. 그곳은 ‘낯선 곳’이고 ‘서걱거리는 갈대 바람’의 세계이며, ‘모든 살아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들이 입을 맞추고 씨름을 하’는 곳이다. 그것이 여행이든, 단식과 묵상의 순례이든, 우리는 현실과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노래’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광야로의 벗어남이 없으면, 삶의 관성과 중력은 우리 나약한 인간들을 걸핏하면 독단과 아집과 자기기만의 어두운 우물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래서는 참된 ‘사랑’과 ‘혁명’이 있을 수 없다.
끊임없이 ‘다시 세상 속으로 길을 떠’나려는, 거기에서 ‘새로운 노래’를 부르려는 임정득의 의지는, 그가 자신의 음악 속에서, 그것을 통하여 ‘서걱거리는 갈대 바람’ 부는 광야로 언제든 나아가려는 불온의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믿는다. 임정득의 음악이, 소위 ‘민중가요’의 상투성으로 전락하지 않는 힘이 거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변홍철 (시인)
흔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하기 위해 바다와 하늘을 용접하던 시인의 길에 노래가 얹어집니다. “세상 속에는 언제나처럼 노래가 산다”는 임정득의 목소리는 어느새 향이 되어 사람들 속으로 퍼져 나가네요. 당신도 들리나요? 너와 나를 이어붙이는 꼬스름한 용접 향이.
- 하명희(소설가)
노동자 시인 조영관! 그는 애초 실천문학을 추구했다. 시대의 부름이 있을 때는 노동현장에서 불온한 꿈을 꾸었다. 그는 온유하되 노동과 문학은 열정은 치열했다. 그는 11년 전 우리 곁을 일찍 떠났다. 그 뜻을 기려 조영관의 길을 가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노동자시인 조영관 문학창작기금’을 벗들이 만들었다. 그 자리에서 늘 노래를 해주던 임정득 님이 그의 시로 노래를 만들어 주었다. 참 고맙다. 우리 모두 같이 불렀으면 한다.
- 송경동 (시인)
노가다 시인, 조영관은 늘 시를 썼지만 죽어서야 시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맵고 거칠었던 세월 속, 국밥집에서, 거리에서, 현장에서, 골방에서, 지친 몸으로 끄적였던 시 속에 넘실거리던 아우성과 갈망과 서러움들이 노래가 되었다. 쓸모가 없어져서 버려지고 떨어져나간 사람들이여, 잠시 눈물 훔치고 다시 세상 속으로 가자. 길을 떠나자.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들이 입을 맞추고 씨름을“ 하는 수평의 바다로. 함께 헤엄치고 같이 아프자. ”세상 속에는 언제나 노래가 산다“.
- 김해자(시인)
1980년대 인천의 공단에서 노동자로 살며 함께 꿈을 꾸었던 선배. 순하디 순한 눈. 귀는 크고 넓어 약자들의 소리 다 모으던 선배. 출렁이는 세상을 노래하는 입과 덩실덩실 춤추던 착한 어깨를 가졌던 선배의 시가 드디어 노래가 된단다. 고맙다. 조영관 선배. 저 하늘에서라도 노래 축하드립니다.
- 성효숙(화가)
언제나 세상 속으로 길을 떠나고자 했던 사내. 노동자들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꿈꾸며 낡은 작업화 끈을 매곤 하던 사내. 하지만 지금은 그리운 이들을 남겨두고 지상 바깥의 세상에 도착해 있는, 아 조영관 시인! 그의 시 구절을 임정득 가수가 노래로 만들었다. 세상 속으로 길을 떠나고자 했던 시인을 대신해서 이제 그의 시가 간다. 임정득의 노래가 간다. 시와 노래가 어울려 ‘세상 속으로’ 간다.
- 박일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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