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으로 가득 채운 오늘의 기록
작가주의를 계승해 온 음악공동체 '푸른곰팡이'에서 새 소식이 들려왔다.
모처럼만의 데뷔앨범이다.
박라온(보컬), 안강호(기타), 송미호(콘트라베이스) 3인방이 결성한 재즈트리오 '오늘(O:neul)'이다.
각자 '신인밴드'스럽지 않은 경력과 내공을 자랑하지만 드러내지도 과하지도 않은 음악을 들고왔다.
겸손한듯 보이나 이들이 내뿜는 어쿠스틱의 긴 여운은 결코 겸손하지 않다.
보컬과 피아노,베이스,기타 라는 비교적 단촐한 구성의 깊은 울림은 빈 공간의 온도를 충분히 데워놓는다.
'푸른곰팡이'의 전신 '하나음악'의 유전적 구성요소들 중, ECM을 위시한 재즈로부터 흡수한 영양분 또한 적지않았음을 떠올려보면
'오늘'의 푸른곰팡이 합류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굳이 혈통따지기를 하지 않아도 달리 길을 걸어 온 레이블과 '오늘'이 만난 합류지점에서,
음악에 대한 고집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았다. 그리고 '오늘'이 찾아 낸 서정성이야말로 레이블이 갖고싶었던 것이었을테다.
총 10곡 수록 된 이 앨범은 멤버 모두가 전곡 작사, 작곡, 편곡을 담당했다.
후쿠오카 문화훈장을 수상한 바 있는 일본의 명 재즈피아니스트 '이와사키 다이스케'가 박라온을 위해 곡을 만들고 박라온이 가사를 붙인
<너와 나의 사랑 이야기>는 박라온의 두번째 솔로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매혹적인 동양의 감성이 짙게 묻어난다.
앨범 동명 타이틀곡 <Star>는 '두려움의 습관화로 마음의 빛을 잃어버리게 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더이상은 타인의 기준과 강요에 따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의 노래'로써 박라온의 의연한 보이스가 인상깊다.
시종일관 고조 된 피아노 위에서 자유롭게 연주되는 콘트라베이스는 진취적이고 후반부 안강호의 기타솔로와 조화를 이루는 박라온의 스캣은 무언가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베이시스트 송미호가 어떤 만남을 계기로 거장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만든 <그의 시간>은 천천히 오래토록 흐르고있는 강물을 바라보며
성찰하는 내면을 표현한다. 작년 작고한 故조동진의 음악처럼 관조적인 어조로 흘려보내는 서정적인 노랫말은 고요하고 경이롭다.
세월호 참사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아리>에는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위로를 담았다.
박라온은 ‘돌아 올 수 없는 아이를 불러보고 돌아올 리 없는 메아리라도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노래하였다’고 전한다.
연주곡 <Missing Dream>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포기 한 후 찾아온 좌절감 그리고 비로소 느끼는 의외의 감정, 안도감에 대한 곡이다.
차분하게 내려앉은 멜로디는, 바에 앉아 홀로 즐기는 언더락 처럼 편안하고 서글프다.
서두르지 않는 삶은 느리지만 더 많은 것들을 관찰하게 한다.
'오늘'의 음악은 시간을 느리게 한다. 그리고 돌아본다.
'음악은 삶 안에 있지만 삶 또한 음악안에 있다'는 그들의 음악관이 납득 갈것이다.
오늘은 느긋하게 오늘을 즐겨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