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다떨자]
2년만의 신곡 [우리, 수다떨자]는
[우리, 자연사하자](2018)와 [우리, 다 해먹자] (2019)를 잇는
미미시스터즈 위로 캠페인 시리즈의 제 3탄입니다.
“안녕하세요, 미미시스터즈입니다.”
평범하게 친구들과 마주하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일상 속의 사소하고 다정한 소통이 그리웠던 우리들이
예상치 못하게 점점 길어지는 코로나 19로 지쳐갈 때쯤,
음성 기반 SNS로 만나게 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수다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미미를 안내했습니다.
“수다는 항상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 왔습니다.”
[우리, 수다떨자]는 미미시스터즈가 코로나 19시대에 음성 기반 SNS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들과의 경험에서 시작된 곡입니다.
그럴 때 있잖아요, 오히려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속 깊은 이야기를 더 부담없이 꺼내게 될 때. 우연히 만난 사람이 내 목소리만 듣고 위로를 건넬 때.
모르는 사람의 회사 스트레스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같이 화를 내주고 해법을 찾아갈 때.
“그 때 느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수다는 단순히 대화를 주고 받는 게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주고 받는 거라고.
우리는 이렇게 수다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이번 새 노래에 듬뿍 담았어요. 저희의 진심이 노래를 들으시는 여러분들의 마음과도 끈끈하게 연결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산책 같은 수다, 수다 같은 노래]
문자보다 대화를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면 ‘옛날 사람’이란 핀잔 혹은 답이 돌아오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누군가 카톡을 보내거나, 문자를 보내면 답글을 적는 대신 전화를 건다. 상대방은 ‘왜 굳이...’란 반응이지만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때로는 이런저런 근황으로 넘어갔다가 요즘 고민으로 흘렀다가 결국엔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물론 대화가 꼭 음성일 필요는 없다. 메신저의 텍스트도, SNS나 게시판의 댓글도 모두 대화다. 그런데 이런 대화는 거의 반드시 어떤 목적을 갖게 된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것은 목적 없는 대화, 이를테면 수다다.
수다는 목적지 없이 걸어가는 산책과 같다. 집 밖을 나와 동네를 한 바퀴 돌거나, 시간이 잠시 남아 회사 앞이나 번화가의 골목길을 헤매는 느낌이다. 이 여정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집이든 사무실이 든 혹은 약속 장소든, 금방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 그래서 잠깐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그러는 중에 뜻밖에 근사한 장소를 발견하거나,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게 될 때도 있다. 산책에는 그런 힘이 있다. 수다도 마찬가지다.
미미시스터즈의 “우리, 수다떨자”는 이렇게 가벼운 산책처럼 짧게, 주의를 환기시킨다. ‘미미시스터즈 위로 캠페인’의 일환으로서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다 해먹자”와도 이어진다. 여기서 눈에 띄 는 건 ‘우리’라는 말이다.
수다는 혼자 떨 수 없다. 반드시 누군가가 필요하다.
너와 나를 ‘우리’라는 말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어떤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일지라도 공통된 무언가를 나누는 사이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런 관계에서 비로소 이 가벼운 대화, 정처 없는 말의 나눔은 가능해진다.
이러한 관계를 ‘우리’ 라고 부르는 순간 하나의 공동체가 탄생한다.
미미시스터즈는 이 노래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익명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떠올렸다고 했다. 요즘 어떤 사람들은 음성 채팅 서비스를 SNS의 미래로까지 언급한다. 아닌 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더 밀착시키는데 힘을 쏟는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와 담론은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중요한 건, 리얼 월드든 가상공간이든 우리는 마침내 ‘우리’라고 부를 만한 관계를 찾기 마련이란 점이다. 때로는 혼자일 필요가 있지만 언제나 혼자여야만 할 이유는 없다. 혼자 있음에도 혼자 있지 않은 그런 느낌이 중요하다. 이 모순적이고 이상한 감각이야말로 어쩌면 매우 모던한 감수성일지 모른다.
노래는 가볍다. 건반은 경쾌하게 통통 튀고, 그 곁에선 콘트라베이스가 묵직하게 큰 걸음을 내딛는다. 커다란 창 밖으로 코끼리와 고양이가 나란히 산책하는 걸 구경하는 느낌이다. 산뜻한 바람처럼 휘파람이 그 사이를 요리조리 흘러간다.
어 왠지 나 저기 좀 끼어서 같이 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미미시스터즈의 담백한 목소리가 찡긋 윙크한다. 일루 와서 우리, 수다떨자.
오케이, 혼자 있지만 혼자가 아닌 그런 느낌으로 우리 같이, 대화하고 산책하고 뭐뭐뭐를 계속 하자.

- 차우진(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