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전기뱀장어'의 보컬 '황인경'이 들려주는 열두 가지 이야기
두 번째 싱글 [하얀 방 안에서]
안녕하세요. '황인경'입니다. 지난 싱글 [늙은 개의 여행]에 이어 두 번째로 전해드릴 이야기는 [하얀 방 안에서]입니다.
- 고무고무 열매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원피스]라는 제목의 만화가 있습니다. 그 만화의 주인공인 루피는 자기 몸을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동료들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물에 빠질 때 팔을 길게 뻗어 구해냅니다. [원피스]의 그 뭉클한 장면을 보면서 제 머릿속에는 문득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았던 배와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 하얀 방 안에서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많은 사람이 분노했고, 이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사고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면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습니다. 자기 자신보다 아끼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은 자기 자신을 탓했습니다. 내가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무엇인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를 끊임없이 되뇌었을, 감히 추측하기 어려운 그들의 마음을 저는 잘 모릅니다. 다만 그 날 이후 저는 그분들이 들어앉아 있을 그 하얀 방- 어떤 색깔도, 장식도 없는 공허한 그 방을 이따금 떠올렸습니다. 그 너무나도 하얀 방 안에서 그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감정마저 메말라버려 아무런 기분도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왜 자기 자신에게는 [원피스]의 '루피' 같은 능력이 없는지를 되뇌었을까요.
- 게으름, 어리석음, 빌어먹을 이기심
저를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게으름과 어리석음과 빌어먹을 이기심 때문에 그들이 죽었다고. 다시 또 누군가를 죽게 하기 전에 더 영리하게, 더 부지런하게, 더 착하게 살아야 하는데 순간순간 잊게 됩니다. 잊지 않기 위해 이 노래를 부르고, 녹음하고, 믹싱하고 마스터링해서 여기 이렇게 발표합니다. 다음 달에 또 새로운 이야기로 만나요.
글 황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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