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전기뱀장어'의 보컬 '황인경'이 들려주는 열두 가지 이야기
그 첫 번째 싱글 [늙은 개의 여행]
- 열두 개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밴드 '전기뱀장어'의 '황인경'입니다. 오늘부터 제가 열두 개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늙은 개의 여행"입니다.
- 늙은 개의 여행
모두가 잠든 가장 늦은 밤, 저는 이야기들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너무 슬펐고 어떤 이야기는 저에게 위로를 주었습니다. 그 여러 이야기 중 (상대적으로) 가장 경쾌하고 친근한 이야기를 먼저 해드리겠습니다.
개는 늙었지만 위풍당당합니다. 견생[犬生]의 끝에 선 지금, 더는 이루어야 할 것도 지켜야 할 것도 없는 자유로운 몸이 되었기 때문이겠죠. 지금 개에게 주인은 따로 없습니다. 세상 그리고 개- 이렇게 끝입니다. 어느 날 문득 이 늙은 개는 곧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개는 길었던 한평생 자신을 거쳐 갔던 세 명의 주인을 만나러 가기로 마음먹습니다. 직접 겪어보기 전까진 이런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 쉽지 않겠지요. 이 늙은 개가 과연 어떤 기분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여행을 시작했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아무튼, 여행은 시작됐고 개는 세 명의 주인을 찾으러 길을 떠납니다. 노래에는 이 개의 마지막 여행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과연 개는 무사히 세 명의 주인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각각의 주인에게 늙은 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남은 이야기는 노래를 통해 계속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가장 늦은 밤의 노래
방문을 닫고 혼자가 되는 밤의 시간, 우울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가장 늦은 밤에 시작되는 제 노래들은 늘 발목까지 물에 잠겨있습니다. 노래를 들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도 분명 그런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든 견뎌내야 하는 우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다음 달부터 매달 9일마다 남은 열한 개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드리면서 저 자신도 함께 즐거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눅눅한 막차 의자에서, 창문이 까만 방 안에서, 안개를 비추는 푸른 가로등 옆에서 여러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글 황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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