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튤립농장' - [비벚너]
쓰디쓴 소주를 한 입에 털어 넘기며 이번 앨범에 모든 걸 걸었어요, 라고 이야기했던 저번 앨범이 지인들에게 근황을 전하는 정도로 끝나면서, 이젠 끝이구나 싶었던 ‘네덜란드 튤립농장’이 또 앨범을 냈다. 삶을 끌고 나아가는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 패배감은 돌아서면 원동력이 되기 마련이다. 그게 이 아이들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이 아이들의 음악 인생이 이번 싱글 [비 오는 날 벚꽃처럼 너도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어]라는 이름처럼 길게 이어지길 바란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지 말고.
이번 싱글 [비 오는 날 벚꽃처럼 너도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어]는 구성이 재미있다. 벚꽃이 만개한 어떤 하루에 관한, 그와 관련한 두 남녀의 이야기다. 여자의 이야기는 "튤립 에세이"에, 남자의 이야기는 "비 오는 날 벚꽃처럼 너도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어"라는 곡에 담았다.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아이들은 두오모 성당이 충남 당진에 있는 줄 알고 있다.
"튤립 에세이(비벚너)"는 지난 싱글 [좋아하면 알게돼요]의 "튤립 에세이(좋아하면 알게돼요)"와 맥을 같이하는 음악과 문학의 컨버전스, 그 두 번째 작품이다. 음악은 춘천 지역 기타 지존의 자리를 노리는 '최선표'가 멜로디를 짜고 그 위에 대한민국 실용음악의 중심 S예대 졸업생 '최민영'이 베이스 솔로라인을 짰다. 이 사쿠라의 카페에 놀러 왔다가 '네덜란드 튤립농장'의 매력에 빠져, 합류하고 싶어하던 일렉 기타리스트 '최상대'가 관종 수준의 기타 솔로를 연주했다. 글은 '볼털난 사춘기'로 불리는 '홍순인'이 여대생의 입장에서 썼다. 여대생의 마음을 알기 위해 여동생의 일기를 훔쳐보다 들켜 홍다니(12, 시츄, 중성화)가 될 뻔 했다는 후문이다.
"비 오는 날 벚꽃처럼 너도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어"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걸으며 사랑을 꿈꾸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외모가 사랑의 기준이 될 순 없지만, 생각은 그렇게 하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 남자의 후회를 담았다. 나는 예언한다. 이 곡의 가사를 곱씹으면서 듣다 보면 문득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 사쿠라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실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언제나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앨범을 들으면서 여자의 담담한 이야기와 혼자 착각하고 상상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대조적인 점이 가장 재미있었다. 근데 뭐 거기까지다. 이번에 뜨게 되면 꼭 수고비라도 좀 받고 싶다.
-네덜란드 튤립농장 안티 팬클럽 회장(만 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