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의 집념으로 지켜온 열정의 블루지 얼터너티브/하드 록의 세계, 마침내 첫 정규작과 함께 그 매력을 세상에 널리 퍼뜨리다!
'미씽 루씰(Missing Lucille)' - [Life Under The Surface]
'미씽 루씰(Missing Lucille)' 은 비록 2007년의 첫 싱글 이후 이제야 첫 정규 앨범을 세상에 내놓지만,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 현재까지 홍대를 비롯해 한국의 인디 록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두고 공연장을 찾았던 사람들이라면 홍대 또는 수도권의 라이브 클럽에서 이들의 무대를 한 번쯤은 만나보았을 수도 있었을 록 밴드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외모와 옷차림에서부터 진지한 이미지를 강하게 풍겼던 강우석, 그리고 미씽 루씰의 무대를 감상한 기억은 지금도 매우 강렬하게 남아있다. 강인하게 묵묵히 황야를 걸어가는 묵직한 들소처럼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 그 자체에 몰두하는 무대 위 그들의 모습은 밴드가 펼쳐내는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록의 장점을 하나로 묶어내는 블루지 하드 록/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의 매력 위에 더욱 진실함을 부여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클럽 내에서 다른 인디 밴드들이 공연장에서 자신들의 CD를 팔고 있을 때 이들의 CD를 찾을 수 없었기에, 개인적으로는 그 이후부터 언젠가 이들이 라이브에서 보여준 좋은 음악들을 음반으로 만나게 되길 기다렸다. 그리고 이제, 이들의 정규 1집의 발매로 그 소원을 현실로 이루게 되었다.
- The History of Missing Lucille -
미씽 루씰은 뮤지션 '강우석' 의 음악에 대한 집념이 18년간 이어온 밴드라 할 수 있다. 이 밴드의 출발점은 1998년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의 커버 밴드로서 활동했던 때부터였다. '강우석' 과 그의 동료들은 신촌과 홍대의 클럽들을 통해 자신들의 무대를 선보였지만, 멤버들의 군입대가 이어지면서 밴드 활동을 지속할 수 없었다. 결국 '강우석' 은 '미씽 루씰' 의 활동을 중단하고 '렐리쉬(Relish)' 라는 프로젝트 밴드로서 활약했고, 그 모습이 '들국화' 멤버들의 눈에 띄어 2001년 '들국화' 헌정 앨범 속에 참여하게 되었다. '렐리쉬' 가 해체된 후 강우석은 다시 '미씽 루씰' 을 가동하기 위해 동료들을 모았고, 그 결과물이 2007년도에 발매된 첫 싱글이었다. 그러나 이때의 라인업 역시 2년 정도 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다시 밴드가 휴업하고 있는 사이 그는 밴드 '여섯 개의 달의 전신 더 문' 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손 부상으로 1년 가까이 기타를 손에 잡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그는 새로운 멤버들을 규합해 '미씽 루씰' 의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걸었고, 2013년에는 두 번째 싱글 [향기(Scent)] 도 음원으로 만날 수 있었다. 현재 '미씽 루씰' 에는 보사노바/재즈 계열 밴드들을 거친 '조창기(드럼)', 그리고 '박근홍(구 게이트 플라워즈/현 ABTB)' 이 활동했던 밴드 'AFA' 를 거친 '최기봉(베이스)' 이 '강우석' 의 곁을 지키고 있다.
- 밴드의 오랜 노력과 지지자들의 도움 속에 완성된 정규 1집 [Life Under The Surface] -
'미씽 루씰' 의 정규 1집 [Life Under The Surface]의 구상은 2013년에 EP 형태의 작업물을 목표하며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의 라인업과의 의견 충돌, 그리고 정규 앨범으로의 기획 선회, 당시 베이시스트의 멤버 교체 등이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곡 작업은 지연되었다. 그리고 2015년 초부터 드디어 레코딩 작업을 시작했고, 소셜 펀딩을 통해서 제작 과정 전반을 위한 비용을 충당했다. 그만큼 그들의 음악을 이미 라이브 무대에서 듣고 음반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밴드의 지지자들이 다수 존재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미씽 루씰' 은 이번 첫 정규 앨범을 통해서 "사회 속에 던져진 개인으로서 겪게 되는 부조리와 눈에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폭력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고 그들이 세상에 전하고픈 메시지를 설명한다. "사라지는 광장의 불빛/꺼지지 않는 불빛을 원해/사라지는 광장의 함성/바람이 불기를 기다려"라는 'Color Blind' 의 가사처럼 세상의 변화를 꿈꾸지만, "설익은 기대/창백한 내 희망/내 삶은 태워지네/재가 되어버렸네" 라는 "No Shelter" 의 가사처럼 세상과 개인의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있는 2016년의 우리의 모습이 앨범 가사 전반 잘 투영되어 있다. 하지만 "당신의 깊은 슬픔을/모두 알 수는 없지만/손을 내밀어줘/내가 나눌 수 있게" 라 외치는 마지막 트랙 'Hands'의 가사처럼 모든 문제를 극복해갈 첫 단추는 사람들 사이의 연대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미씽 루씰' 의 음악 속에는 60년대 록부터 90년대의 록의 다양한 요소들이 교차한다. 블루지 하드 록의 기반 위에서 때로는 사이키델릭 록의 화려함도, 헤비한 그루브도, 그런지/얼터너티브 록의 원초적이며 순수한 파워도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특히 레코딩 과정에서 밴드 멤버들은 '파워풀한 소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앨범 전반에서 기타-베이스-드럼 각 파트가 고르게 자신들의 소리를 전하는 밴드의 연주는 빈틈을 느끼기 힘든 조화의 미덕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기타 솔로가 휘몰아칠 때 느껴지는 자극은 이 앨범이 주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 하겠다.
'펄 잼(Pearl Jam)' 의 사운드가 연상되는 도입부부터 후렴 파트의 개러지 록 파워까지 골고루 담아내는 첫 트랙 "Color Blind", 스트레이트한 기타 스트로크와 이펙터로 변주된 보컬의 왜곡이 인상적인 얼터너티브 록 트랙 "I`m in Hell", "Where is Love", 클래식 블루지 하드 록 기타 리프의 장점을 살려내며 리듬 그루브를 인상적으로 살려낸 'Rat in the Cage', 강렬한 보컬과 드럼 에너지로 휘몰아치다가도 멜로딕한 후렴을 전하는 "Deep Pit", 중반부의 이펙팅된 강렬한 블루스 기타 솔로가 전율의 매력을 전하는 "To the Other Side", 블루지 하드 록 그루브의 장점을 극대화해낸 'Tear You Down', 미디움 템포의 블루스 록/그런지 트랙인 '작은 사람들', 세 파트의 완벽한 호흡 위에서 복잡한 업템포 리듬과 후렴 파트의 블루지함이 교차하는 "No Shelter", 일면 스토너 록(Stoner Rock)적인 요소도 느껴지면서 일그러진 보컬이 더해진 8분이 넘는 블루지 헤비 록으로 앨범 전체의 클라이맥스 구실을 확실히 해주는 "The Crown is Not For You", 앨범 속에서 가장 밝고 희망찬 멜로디 라인을 갖고 있으면서도 치밀한 구성을 갖춘 파워 발라드(!) "Hands" 까지 이들이 그간 라이브 무대에서 선보였던 열정을 머금은 사운드가 스튜디오에서도 휘발됨 없이 잘 표현되어 있다. 컨셉트 앨범은 아니라 해도 전반적 트랙들의 배치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부침 속에서도 집념으로 자신들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미씽 루씰' 은 이번 첫 정규작을 통해 마침내 그들의 긴 노력의 결과를 매력적으로 구현해냈다. 그들을 과거에 이미 공연장에서 만나서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기억하는 인디 록 팬들부터 이 음반을 통해 그들을 처음 만나게 될 음악 팬들까지 그들이 전하는 로큰롤의 열정적 에너지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그 속에 녹여낸 메시지에도 깊게 공감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글/ 김성환(Music Journalis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