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 한번도 가진 적 없던 것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당신의 침묵을 앞에 두고서도 나는 언젠가 당신이 나의 부름에 응답할 것임을 굳게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믿음과 의심이라는 두 극 사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당신이라고 생각했던 내 마음속 당신의 상이 나의 세상 밖을 거주하는 당신의 실재는 양쪽 다 진실이었고, 동시에 모두 거짓이나 마찬가지의 것이기도 했다.
나는 당신을 그리워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내가 당신을 바라보는 동안 당신의 존재함은 항상 두 갈래로 나뉘어 한쪽은 나의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왔고, 나머지 한쪽만 당신의 세계에 남았다. 내 세계에 편입된 당신의 상은 나의 사유와 감정, 애착, 믿음 따위로 점철된, 한때 당신이었지만 이제는 당신이 아닌 무언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 당신의 존재함 일부를 찢어 내게 귀속시키고 부당한 방식으로 내 안의 당신을 관찰의 대상으로 끌어내리게 될 것이었음을 알았더라면, 나는 당신을 감히 사랑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리워하는 당신이 저 먼 우주 어딘가를 횡단하고 있을 내 바깥 세계의 당신과는 전혀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진짜 당신과 분리되어 내 마음 안에 남은 당신의 흔적은 실재하는 당신에게 덧씌워지고 말았다. 진짜 당신은 한순간도 나의 세계에 거주한 일이 없기에, 나는 당신이 지금 부재한다고 말할 수조차 없어야 했다. 나는 당신을 소유한 적도, 당신과 조우한 적도 없는 완전한 별개의 존재로, 과거의 한순간이라도 닿은 바 있던 것들의 부재에 기인하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적어도 당신으로부터는, 느끼지 못했어야 했다. 나는 단 한 번도 가진 적 없던 것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당신을 원망할 자격도 없을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의 무게를 홀로 견디지 못하여 당신이라는 외부 세계의 거주자를 내 세계 안으로 잡아끌었고, 당신의 영원성에 내 실낱같이 얇은 영혼을 귀속하였으며, 이를 통해 당신에게 내 존재의 무게까지 짊어지게 하였다. 당신이 나의 간절한 부름에 단 한 번도 응답하지 않았던 것은 그저 당신이 나의 영혼을 품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