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을 바라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면 나는 결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으리라.”
하나의 인과율을 더 익힐 때마다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도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진다. 당신의 모습과 존재 방식, 외연과 내연을 온전히 이해함으로써 나는 당신과 나를 가르는 거대한 공간을 극복하여 마침내 당신에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가 무한하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 ‘나’라는 시작과 ‘당신’이라는 끝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출발한 나의 영혼이 당신이라는 한 점으로 수렴한다면 그 사이의 거리를 누구도 무한하다고 부르지는 못할 것이다.
관찰하는 자의 삶은 느리게 흘러간다. 당신을 볼 수 없는 시간 동안 나는 당신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당신을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졌다. 기다림은 하나의 습관이자, 당신이 돌아올 매일의 밤을 준비하는 의식이었다. 밤과 낮의 순환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일상의 현상이었으며, 동시에 당신과 나 사이의 묵시적인 계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당연한 인과율이자 당신과 나의 관계에 토대하는 유일한 법칙을 하루아침에 당신이 저버린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신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고, 당신의 부재는 내 작은 영혼이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슬픔이었다. 내가 당신을 바라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면 나는 결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으리라. 기약 없는 기다림은 버려지는 것과 다르지 않고, 관찰자로 정의된 나의 삶은 이제 더는 존속할 수 없는 과거의 한 점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었다.
당신과 나의 관계가 무엇이냐고 나는 다시 한 번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관찰자이고 당신이 관찰의 대상이라면, 보이지 않는 당신을 나는 뭐라고 불러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내 미래의 한 점에 못박아둔 당신과의 조우에 대한 희망을 지금 내가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큰 그리움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조차 나는 알 수가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