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da [Horizon]
“당신은 내 영원한 기쁨이자 유일한 슬픔이 되었다.”
[Tide] (2017), [The Uprooted] (2019)에 이은 세 번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Gerda의 첫 싱글 [Horizon]
나는 소음을 무서워했다. 소음은 항상 일상의 움직임들과 함께 갑작스럽게 내 마음의 경계를 침범했다. 무방비 상태로 맞닥뜨리는 이 소리들은 나를 끊임없이 타인의 흔적에 얽매이게 하고, 결국에는 내 영혼이나 자아 같은 것들마저 단 한번도 다른 이들의 시선을 벗어나서 존재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존재였다.
소음은 이른 아침의 활기나 한낮의 분주함을 먹어치우며 자라나다가, 해가 저물고 어둠과 추위가 사람들을 각자의 집으로 몰아넣고 나면 그제서야 서서히 힘을 잃으며 소멸했다. 하루의 삶이 갈무리되고 소음과 불빛이 잦아들면 짙은 밤이 찾아오는데, 그 때서야 밤의 하늘이 내게 열렸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광활한 우주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우월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밤하늘과 독대하는 동안 세계는 나에게 보여지기만 할 뿐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고, 나는 온전한 세계의 관찰자가 될 수 있었다. 어둠에 눈이 적응할수록 우주는 하나의 검고 거대한 평면으로 환원되어 자신의 본래의 존재 방식보다 낮은 차원으로 내려와, 마치 나의 시선을 환영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 이해와 애정의 대상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나와 밤하늘의 거주자들은 머나먼 거리를 넘어 하나의 관계성 속에 놓일 수 있게 되었고, 이 만남은 우리가 실제로는 결코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명백한 진실조차도 무색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바라보는 것은 그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대상을 내 마음의 공간 안에 거주시킴으로써 완성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끊임없이 당신을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했다.
나는 당신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어둠은 언젠가는 걷히고 세상은 다시 분주함을 반복하겠지만, 내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당신에 대한 애정은 영구적인 것으로 남아 있다. 당신은 내 영원한 기쁨이자 유일한 슬픔이 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