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못해민트초코' [푸드파이터]
그 동안 5장의 디지털 싱글을 발매해 온 '마지못해민트초코' 가 첫 번째 EP앨범 [푸드파이터] 를 들고 찾아왔다. 총 5곡으로 이루어진 이번 앨범은 떡볶이, 에스프레소, 치킨 등 다양한 음식을 다루고 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밝은 멜로디와 일상적인 가사들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번 앨범의 메인 타이틀곡 "요건 먹어도 살 안쪄" 는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노랫말을 담은 곡이다. 참지 못하고 또 먹고 있는 자신을 합리화(?)하고 싶은 여자의 이야기가 통통 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타고 흘러나온다. 성형, 다이어트로 얼룩진 대한민국에서 먹고 싶은 걸 참아야 하는 여자들의 마음.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추구해야 하는 현실. 그들은 말한다. 지금 먹어도 괜찮다. 먹는 즐거움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 나중에 손가락질 받게 되더라도 괜찮다. "욕은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니까". 이 곡은 '서혜윤'의 가사와 '꿈꾸다' 의 노래가 만난 곡으로, 객원보컬 '우지원' 의 목소리와 보컬 추임새가 돋보이는 곡이다.
트랙리스트의 첫 번째 곡이자 서브 타이틀 곡인 "달랐던 떡볶이, 어디 갔니?" 는 음식의 추억에 대한 노래이다. [응답하라1997]에 열광했던 세대라면 최고의 간식은 단연 떡볶이일 것이다. 교문 앞에 떡볶이 집 하나 없는 학교가 있었던가? 100원이면 떡 하나에 국물 두 번!! 500원이라도 있는 날엔 계란까지!! 어렸을 적 기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 때만 해도 학교 앞 떡볶이 집은 브랜드는커녕 간판도 없었다. 떡볶이 맛도 가게마다 아줌마마다 달랐고, 심지어 같은 가게 떡볶이조차 맛이 다른 날도 있었다.
요즘은 어딜 가도 똑같은 맛을 내는 떡볶이 집을 찾을 수 있다. 이상하게도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땐 발길이 그리로 향한다. 특히 처음 가본 동네에서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 낯익은 간판이 어찌나 반갑던지.. 하지만, 가끔은 학교 앞 떡볶이 집이 그립다. 유달리 맛있었던 안암동 어느 골목 귀퉁이 떡볶이 집. 아주머니 얼굴도 생각난다. 다시 먹어보고 싶지만 먹을 수 없는 아쉬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떡볶이 아줌마들. 지나간 것은 늘 아쉽다.
세 번째 곡인 "오 마이 디저트" 는 멤버 지하의 곡으로, 누구나 쉽게 공감하면서 들을 수 있는 러블리한 곡이다. 단순한 디저트 찬양이 아닌 디저트를 사랑으로 비유해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을 갈구한다는 내용과 확신을 담은 곡이다. 이 곡은 객원 보컬 '윤서' 와 '도영' 의 남녀 듀엣곡으로 밝고 상큼한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곡이다.
네 번째 곡인 "두 마리 치킨" 은 치킨애호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곡으로, 불안하고 어려운 소시민의 경제적 어려움, 나아지지 않는 현실의 어려움, 불안한 미래 등으로 인해 늘 먹던 치킨마저 먹을 수 없는 슬픔을 가사로 담은 곡이다. 이 곡은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한 조각의 싸구려 치킨으로나마 청자들에게 깊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다. 이 곡은 '꿈꾸다` 와 객원보컬 '하유나'가 보컬로 참여한 곡이다.
마지막 곡인 "미안하지만 에스프레소" 는 '서혜윤' 의 곡으로, 앞서가기만 하는 현실과 원치 않게 다가오는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가만히 있어도 먹어지는 나이 덕분에 어느덧 서른이 넘었다. 당연하게도 “서른”이라는 단어에 가졌던 막연한 환상과 기대는 없었다. 어엿한 직업, 당당한 부모가 될 준비, 확고한 인생관, 그 어느 것도 완벽하지 못하다.
나는 여전히 에스프레소보다 달달한 커피가 좋다. 아직은 현실을 살아가기보다 막연한 꿈을 꾼다. 이 노래가 또 다른 나를 살고 있을 30대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다면 기쁘기 그지없겠다. 알고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아, 다들 똑같구나.” 정말 그렇다. 우리는 다 똑같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에스프레소, 너는 아직 나에겐 아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