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햄스터(Fat Hamster) EP 앨범 [When the World Goes Wrong]
팻햄스터가 새로운 EP로 돌아왔다.
그간 해외에서만 발매한 싱글들을 모아 특별히 한국에서만 릴리즈 하였던 미니앨범 [Limited] 이후, 비트포트 장르 앨범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호평을 받은 싱글 [Light Year]를 발매하고 선보이는 첫 EP이다.
전 작들에서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와 다운 템포 위주의 트랙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번 앨범에서는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 전반에 좀 더 폭넓게 접근하려고 노력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하위장르의 특징적인 문법이 두드러지기 보다 지금까지 작업해왔던 여러 장르에서 팻햄스터가 흡수한 음악적 정수만을 조합하여 재구성한 음악이 완성되었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화려한 리드 사운드와 묵직한 베이스 라인, 신스웨이브의 몽환적인 백그라운드 신스 사운드, 얼터너티브 댄스의 이레귤러한 드럼 비트가 다채롭게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사운드를 찾아가는 그의 여정에 함께하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이전과 다르게 이러한 접근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떠한 심상을 토대로 장르 문법 안에서 사운드적 실험을 즐기는 단계를 벗어나 이번 EP에서는 곡 마다 분명한 메세지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그 도구로써 소리를 선택하다 보니 작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였고 전작에서 들려주었던 특징적인 사운드의 흔적은 그대로 간직한 채 새로운 스케일의 '팻햄스터 사운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가 전하고자 한 메세지는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 보자.
앨범의 첫번째 트랙인 'Youth'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세상의 부조리한 질서에 반기를 드는 청소년 활동가들에 대한 곡이다.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리드 사운드가 비장하게 울려 퍼지고 타이트한 드럼 비트가 곡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두번째 트랙 'Together Forever'는 [Limited]의 수록곡 'BETTER' 이후 오랜만에 KANG New가 보컬 피쳐링으로 참가한 곡이다.
세상사의 아이러니한 단면을 바라보며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이 말이 되는 삶의 순간을 기다린다는 내용의 가사가 경쾌한 비트위에 펼쳐진다.
세번째 트랙 'Meltdown'은 제목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기후위기와 녹아내리는 빙하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이미지만이 아닌 세상의 전체적인 시스템의 붕괴를 이야기하는 곡이다.
이 앨범의 수록곡들 중 가장 차분한 템포의 곡이지만 곡의 진행과 함께 레이어를 더해가는 신스 사운드가 규칙적이면서도 복잡하게 쌓여 넓은 음역대를 점점 가득 채우며 클라이막스로 인도한다.
이 뒤를 잇는 'Yet'은 세상의 모든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에게 바치는 곡이다.
묵직한 베이스와 변칙적인 비트 위에 부상과 침강을 반복하며 점멸하듯 수놓인 리드 신스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마지막 곡인 'When the World Goes Wrong'에는 혐오를 팔며 증오를 부추기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심심찮게 마주하게 되는 요즘의 세태를 담았다.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곡명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잘못되어가는 것이 뻔히 보이는 세상임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일상이 계속되는 것에 큰 괴리감을 느꼈다고 한다.
다크신스를 연상케하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시작하여 정박자로 떨어지는 강렬한 비트의 드럼 사운드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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