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쇼미더머니 예선장에 등장해 “죽부인 뿌잉뿌잉!”을 외치며 죽부인을 흔들었을 때만 해도 그가 진지한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은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이후 MC Thatsuck 이라는 의도적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랩네임 하에서 때로는 유쾌한 삶의 모습들을, 때로는 그것이 주는 중압감을 정교한 라이밍으로 그려내며 신선함을 잃지 않은 음악적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작인 ‘팔베개’에서 그는 팔베개라는 다소 로맨틱한 소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 흥미를 준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편은 그날의 이야기를 아내에게 털어놓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지만, 피로한 삶에 지친 아내는 이미 잠들어 있다. 나날이 멀어져 가는 아내가 마치 침대 속에 스며 들어가서 사라져 버리는 듯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는 그는 잠든 아내에게 팔베개를 해 주고 그녀를 그의 세상 속에 걸쳐 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피어 오르는 상념처럼 연결된 단편 서사들은 결국 현대인들 사이, 그 관계의 낡아감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그러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저력에 더해지는 묵직한 MC Thatsuck의 랩은 그 어느때보다도 격정적으로 울리며 노래의 중심을 잡아주며, 문득 지나칠 수 있는 일상 속 허전함의 기억 위에 진한 색채를 더해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