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하루를 시적인 특별한 날로 만드는 노래
재즈 보컬 '이현정'의 두 번째 앨범 [We’re Still In Love]
지난 2013년 첫 앨범 <Hyun Jung Lee>를 통해 장르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음악과 신선한 노래를 선보였던 이현정이 2년 만에 두 번째 앨범 <We're Still In Love>을 발표한다. 첫 앨범이 자작곡과 스탠더드 재즈 곡을 노래하며 스윙, 비밥, 보사노바, 삼바 등을 아우르는 폭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앨범은 그보다는 간결하고 담백한 것이 매력이다.
청순한 목소리로 노래하다
이현정은 이번 앨범에서 재즈 보컬 하면 의례 연상되는 흑인 재즈 보컬과는 다른 청순하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했다. 굳이 어렵게 흑인 보컬을 모방하기 보다 자신이 할 수 있고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로 노래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에서는 소녀의 풋풋함, 청순함이 깊게 배어난다. 사랑에 빠져 세상의 주인공이 된 듯한 행복한 여인을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설레임", 행복한 내일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는 "Dreaming", 잘 알려진 바흐의 클래식 선율을 청초하게 노래한 "G 선상의 아리아" 그리고 밝은 우수를 담아낸 타이틀 곡 "We're Still In Love" 등이 대표적이다.
아름다운 스캣과 보칼리제를 맛 볼 수 있는 앨범
한편 이현정은 이번 앨범에서 가사를 노래하는 것 이상으로 스캣을 적극 활용해 노래했다. 그런데 그녀의 스캣은 루이 암스트롱이나 엘라 핏제랄드를 통해 알려진 스캣과는 다른 질감을 지녔다. 긴 호흡으로 음을 길게 사용하고 그 음들을 부드럽게 레가토(Legato)로 이어가는 보칼리제 스타일의 창법을 적극 사용했다. 그 결과 우아하고 시적인 분위기가 앨범 전체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세상을 떠난 외사촌-이상으로 가까웠던-언니를 위한 “Zinnia Elegans(백일홍)”, 제목부터가 시적인 “마음의 시”, 바람 부는 겨울 날 눈 위를 걷는 소리로 시작하는 외로움 가득한 “겨울 바람”,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한 “잊지 말아요” 등의 곡들에서 시적인 향취를 잘 느낄 수 있다. 이들 곡들에서 그녀는 청아한 목소리로 보칼리제 스타일로 노래해 이별, 그리움, 외로움, 청춘, 그리고 장엄한 자연, 그래도 지속되는 삶에 관해 시적으로 노래했다. 여기에는 그녀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재즈로 방향을 바꾸어 공부를 이어갔던 그녀의 음악 이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즉, 클래식과 재즈 모두를 소화한 끝에 획득한 그녀만의 개성인 것이다.
보컬 앨범인 동시에 트리오 앨범
이현정은 이번 앨범에서 피아노 연주자 박윤미 베이스 연주자 정상이와 함께 했다. 그리고 자작곡 외에 이 마음 맞는 동료 연주자가 쓴 곡들도 노래했다. 나아가 음악적 중심을 보컬에만 집중시키지 않고 피아노와 베이스가 보컬과 대등한 입장에서 공간을 점유하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산토끼”, “Vos Yeux Comme Le Lac 호수 같은 그대의 눈”, “Gray In The Sky” 등의 곡들에서 이현정의 노래만큼이나 아름다운 울림을 들려주는 박윤미의 피아노와 정상이의 베이스 연주를 통해서도 시적인 감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이현정이 노래 이상으로 스캣과 보칼리제를 적극 활용했기에 앨범은 보컬과 연주자의 어울림이 아닌 시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트리오 앨범으로도 다가온다.
감상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일요일 같은 앨범
청아한 이현정의 목소리와 피아노와 베이스의 어울림이 만들어 낸 시적인 음악은 밝은 감정과 어두운 감정을 오가면서도 어지럽지 않고 평온하다. 잔잔한 평형의 상태로 감상자를 이끈다.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깊게 가라앉은 마음을 위안의 상태로 끌어 올린다. 특별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일요일 같은 시간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 편안함 속에서 이현정의 매력을 깊이 기억하게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