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악단' (Non Alcoholic Orchestra) [12호]
다시 쓸쓸하다. 다시 가을이다. 다시 '금주악단'이다. '다시'를 '늘'이라는 선 위의 점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늘 쓸쓸하다. 늘 가을이다. 늘 '금주악단'이다. "늘"의 숙명은 '다시'들로 끝없이 이어져야만 한다는 것. 그러니까 '다시 돌아오는 것들'은 사실은 '늘 돌아오는 것들'이다. 늘(다시) 싱글을 내놓는 '금주악단'이 늘(다시) 가을만 되면 늘(다시) 쓸쓸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금주악단'의 열두 번째 싱글 [12호]는 [4호], [9호]와 이어진 점이다. 그것들은 늘 가을이고 늘 쓸쓸하다. 하지만 [12호]는 이전의 쓸쓸함과는 닮은 듯 다르다. 그리움과 꿈에 매달려 살아가야 하는 가을 남자. 이제 그는 그 어떤 것도 붙잡지 않은 채 부유(浮遊)하고 유랑한다. 어쩌면 그것은 그에게는 초탈이거나 하심(下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가을 남자는 더 쓸쓸하기도 하고 덜 쓸쓸하기도 할 텐데 결국 그도 알 수가 없다. 떨어진 별을 베고 누우면 그 별이 내는 소리를. 그것이 웃음인지 울음인지를. [12호]의 수록곡 "음"은 육칠 년 전쯤 만들어 둔 노래다. 다시 가을이 왔기에 늘 가을인 노래 하나를 곳간에서 빼내 왔다. 이 좋은 가을날 보름달 같이 살진 곡식도 모자랄 판에 그믐달처럼 말라빠진 쓸쓸함이라니. 하지만 어쩌랴. 아무리 배가 불러도 가을이면 누군들 마음이 헛헛해지지 않겠는가. '금주악단'의 곳간을 나온 ‘음’은 다시 기타와 아코디언의 음(音)과 율(律)로 늘 그 마음들의 곳간을 채워주리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