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경' [Flowing]
꾸미지 않은 세계, 그가 한국과 브라질을 오갈 때 늘 건너가야 하는 바다와 같은 자연에 굉장히 가까이 다가가 있는 음악.
나희경과 브라질 연주자들은 ‘노련’이라는 단어를 써도 좋을 정도의 효율적인 사운드의 집을 지어 냈다.
[추천사]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같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척 재능있고 매력적인, 그리고 매우 사랑스러운 아티스트! (by 이반린스)
그녀가 스튜디오에서 레코딩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이미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모든 호흡과 긴장이 고스란히 담기도록 녹음하는 그녀만의 스타일과 어디서도 찾기 힘든 섬세한 보이스로 이미 그녀는 특별하다. (by 호베르토 메네스칼)
그녀는 한국적인 브라질리안 사운드라고 이름 붙여질 음악 속에서 변함없이 우아한 목소리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 지칠 줄 모르고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by 말로)
결국 이번에도 그녀의 앨범은 `브라질 현지 녹음`, `이반 린스와의 듀엣` 등의 말로 소개가 되겠지만, 브라질에서 녹음하고 이반과 같이 노래하면 누구나 이런 앨범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사실은 더 중요하다. (by 박창학)
음악을 잘한다는 것은 아마 어떤 음악을 잘 모방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오늘날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음악을 잘하는 사람들이란 기존에 존재하는 수많은 음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소화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브라질 음악을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건 결코 아니겠지만, 노력하면 어떻게든 비슷하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 와서 한국 음악을 하는 외국인들을 특이하게 생각하듯, 지구 반대편에서 와서 브라질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한국인이 잠깐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음악계에서 인정을 받으며 살아 남는 것은 어렵다. 브라질에 건너 간 나희경이 그저 현지의 음악을 모방하는 정도에 머물렀다면 그것으로 끝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브라질로 건너간 보기 드문 한국 음악가로 남기보다는 대륙과 대륙 사이에 있는 넓은 바다처럼 양 대륙을 마주하는 자신만의 소리를 찾고자 했던 것 같았다. 그것은 지난 2장의 정규 앨범과 1장의 EP라는 기록으로도 남아 있으며, 그리고, 여전히 이 음악가는 그 넓은 세계 속에서 항해 중이다. 분명 오르막길에 가까운, 그리고 얼마나 더 올라가야 본인이, 혹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그 여정 속에서 다시금 새로운 기록물을 내놨다.
이 기록물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큰 걸음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확신에 찬 목소리, 자신감이 느껴지는 더 다양한 시도를 여기에서 만날 수 있다. 보사노바를 중심으로 브라질의 유명한 음악들을 커버하고, 자신이 좋아해 온 한국의 대중 음악을 브라질 음악가들과 함께 소화하고, 그리고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해 온 그간의 앨범들이 이런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보사노바도 부르고, 포르투갈어로 많은 곡을 소화하고 있지만, 앨범을 지배하는 것은 주인공의 어조다. 예컨대 머리 곡 "Estate" 는 이미 유명했던 곡이지만 '나희경' 이 만들어 낸 오리지널 곡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새로운 목소리와 템포를 얻었다. '나희경' 과 그의 동료들, 편곡자('세자 마샤두')와 브라질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과거 작품들 이상의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목소리 톤을 돋보이게 하는 사운드가 어떤 것인지를 그간의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코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희경' 과 브라질 연주자들은 노련이라는 단어를 써도 좋을 정도의 효율적인 사운드의 집을 지어 냈다. 익숙한 멜로디가 적은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8,9번 곡은 '나희경' 의 자작곡이다.) 음악가의 더욱 단단해진 자신감을 만날 수 있다. 탱고와 한국의 민요까지 성공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이 팀을 지휘하는 주인공은 결국 나희경이다.
그간의 소중한 경험들이, 시도해 본 사람들조차 많지 않은 한국과 남미 대륙 사이를 오가는 음악적 모험이 이제 결실을 거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 다른 대륙의 음악이 만나는 과정에서 오늘날 새로운 음악적 흐름들이 계속 이어져 나가고 있기에, 이런 식으로 전진해 나가는 이 음악가를 더욱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그것은 점점 더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가는, 그러니까 음악을 잘하는 음악가에 대해 자연스럽게 걸게 되는 기대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이반 린스(Ivan Lins)' 가 존재한다. 게스트의 이름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이것이 그녀가 브라질 음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음을 말해주는 하나의 증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퍼스타도 아닐 뿐더러 스스로의 힘으로 앨범을 내는 독립 음악가 나희경이기에 이반 린스라는 거물급 음악가의 참여는 순수하게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브라질 뿐 아니라 서구의 숱한 수퍼스타들이 그의 작품을 노래하고 연주할 정도로 뛰어난 작곡가이지만, 동시에 그는 놀라운 표현력을 지닌 위대한 보컬리스트다. 한국 음악가의 앨범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지는 몰랐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두 사람이 굉장히 좋은 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앨범을 여러 번 들어야 할 이유 중 하나로 충분하다.
바다는 겉보기에 정적인 풍경일 뿐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움직임들이 있다. 이 앨범 역시 정적이고 때때로 그저 듣기 좋은 음악이지만 이 안에서 종종 그런 동력이나 에너지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꾸미지 않은 세계, 그가 한국과 브라질을 오갈 때 늘 건너가야 하는 바다와 같은 자연에 굉장히 가까이 다가가 있는 음악. 좋은 작품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