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멜로디로 돌아온 '김관호'의 두 번째 앨범.
'김관호'의 첫 앨범을 들었을때의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신인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완숙한 그의 목소리는 현재 K-Pop 시장에서 어떤 프로가수 보다도 더욱 프로다운 노련함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는 나머지 그의 관한 자료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과 SNS등을 통하여 하나 둘 씩 조사하다보니 그의 노련함은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결과라는 사실을 금새 알수 있었다.
그의 첫앨범은 비록 2013년에 나왔지만 그는 첫 앨범이 나온 시점으로 부터 이미 10년전에 데뷔를 치른 소위 '은둔고수' 였다는 사실. 그것도 디지털 싱글 앨범하나 덜렁 내는 식의 주먹구구식 데뷔가 아닌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국내를 대표하는 밴드인 '부활'의 김태원의 곡으로 첫 데뷔를 치렀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국내보다도 일본에서 훨씬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도 국내 활동보다는 일본에서의 활동하는 비중이 더 크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좀 더 국내활동의 비중을 높여 국내 지명도 또한 높아졌으면 하는 것 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지난 2013년의 1집 [사랑은 미친거죠] 에서는 젊은 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랑이야기가 테마 였다면, 이번 앨범은 좀더 성숙하고 무거운 고찰들이 테마 이다. 사랑에 관한 노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아름답고 이쁘지만은 못한 회유적인 시선으로 사랑을 이야기 한다. 또 이번앨범의 눈에 띄는 특징으로는 가장 흔한 노래의 소재인 사랑이야기 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일상의 소소한 풍경과 개인적인 삶의 단상을 이번 앨범에서 나누려고 시도한 점이다. 한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를 시도한 앨범을 제작한 모습에서 한층 성장한 예술성을 느낄 수 있어 뿌듯하다.
반면, 전체적인 사운드의 밸런스는 1집에 비해서 불필요한 힘을 많이 뺀 듯 담백하다. 지나친 비트와 리듬의 분할을 지양하고 좀 더 어쿠스틱 사운드에 촛점을 맞춰 대중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사운드의 구성에 많은 변화를 시도했으며, 전의 앨범과 비교하자면 전반적으로 차분해진 느낌으로 다가온다. 듣기에 친숙한 어쿠스틱 기타와 김관호 본인의 보이스를 메인으로 구성된 미디엄 템포의 곡들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거나, 가벼운 산책에도 들음직한 그런 친숙함이 있다. 곁에 두기 좋은 그런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그 만의 방향성의 모색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의 백미를 꼽자면 마지막 트랙곡인 "제법 아름답다 가을밤" 으로 곡의 작업과정이 꽤 인상적이다. 곡이 완성된 어느 가을날 밤.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창문을 여니 그날따라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가 너무나 생생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창문을 열어둔 채 본인 방의 녹음 장비에 마이크 하나를 덜렁 연결하고 풀벌레 소리를 백그라운드 삼아 목소리와 기타 연주를 시작.-그리고는 원 테이크에 녹음을 끝냈다고 한다. 목소리에 슬며시 묻어있는 쓸쓸함과 기타의 반주와 풀벌레 소리가 함께 어울러져 눈 앞에 완벽한 가을밤을 선사해 주는 곡을 원테이크에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은 하루 이틀 쌓은 내공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