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시너지, 레이블 블렌딩 스테이지의 일곱번째 작품 '하늘해' [스물셋,그오후]
사운드는 모난 곳 없이 단정하고, 노랫말은 그에 맞춰 달콤한 언어들을 하나둘 풀어놓는다. 첫 곡의 제목처럼 "라떼가 좋아"라고 이름 붙일만한 음악이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앨범은 이 곡 이후에 더욱 인상적인 궤적을 그리면서 설득력을 확보한다. 이를테면 "몇 번의 계절" 같은 노래. 이 곡의 핵심은 2분 정도에 들을 수 있는 브리지 부분에 위치한다. 그러니까, 작곡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상당한 내공이 돋보이는 곡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음반의 처음 두 곡, "라떼가 좋아"와 "몇 번의 계절"만 감상해도 '하늘해'라는 뮤지션이 지닌 대중적인 완성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에 위치한 "봄날 Romance"로 분위기는 전환된다. '하늘해'는 이 곡에서 비트에 힘을 조금 더 주고, 모던 록적인 터치로 곡을 쭉 밀고 간다. 그런데 "봄날"을 간판으로 내세웠듯이, 계절송의 핵심은 이미지화다. 노래를 들으면서 계절의 어떤 풍경이 저절로 그려져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또한 중요한 것이 '단어의 선택'이라고 본다. 즉, 구체적인 사물을 하나둘 노래하면서 어떤 그림을 듣는 이들에게 제시해야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곡은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사를 꼼꼼하게 곱씹으면서 감상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후에도 앨범은 같은 듯 다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그 감정선을 잃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봄날 Romance"보다 템포는 늦추면서도 리듬 파트를 한층 강조해 차별화를 일궈낸 러브송 "눈 감으면 니가 그리워"는 음반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심플하지만 명료한 멜로디와 섬세한 강약 조절을 통해 제법 긴 여운을 남긴다. 특히 다채로운 편곡이 마음에 쏙 든다. 이런 유의 곡은 실상 편곡에서 그 승부가 갈리는데, 이걸 잘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이 외에 경쾌한 스타카토 기타와 풍성한 코러스로 맛을 살린 "Dream Catcher",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목소리만으로 잔잔한 울림을 전해주는 "이 겨울 웃음은 너란 이유" 등의 매력도 만만치가 않다. 강렬한 기타 연주와 호소력 넘치는 보컬로 구성된 "Amur Bay"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뭐랄까.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향한 어떤 편견 같은 것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음반이다. '사랑', '봄', '꿈', '라떼' 같은 유의 가사가 나오면 자동적으로 갖기 마련인 그런 편견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래서 이 글을 수락할까 말까 망설였던 게 사실이다. 왠지 예측 가능한 선의 음악이지 않을까, 싶은 염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음악을 듣고는 쓰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전체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음악이었지만, 그 예측 가능한 선에서 최선을 뽑아 올렸다는 판단에서였다. '하늘해'의 [스물셋, 그 오후]는 그의 단단한 작곡력이 십분 발휘된 '웰-메이드 앨범'이다. 기실, 이런 게 바로 대중음악 아니고 뭐겠는가.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청춘을 달리다' 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