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 [Hollywood]
이 곡을 들으면서 거의 필연적으로 2집에 실린 "International Love Song"을 떠올렸다. 뭐랄까, 이 노래가 마치 "International Love Song"의 심화 버전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두 곡은 인상적인 대칭 구도를 이룬다. 어쿠스틱을 베이스로 했던 "International Love Song"에 비해 "Hollywood"에서 검정치마는 꿈결처럼 부유하는 전자음 속에서 무덤덤하게 사랑을 노래한다.
그리고 이 사랑은, 사랑에 있어 가장 일반적인 언어들을 가사로 엮어낸 "International Love Song"에 비해 확실히 깊고, 구체적이다. 무엇보다 그가 부리는 단어들의 색깔이 사운드와 제목에 따라 더욱 선명해진 것이 돋보인다. 몽롱한 사운드와 선명한 가사라는 역설을 바탕으로 검정치마는 곡을 끝까지 쭉 끌고 간다.
결국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검정치마는 이 곡에서 사랑이라는 테마의 보편성을 특수성으로 전환하면서 이전과는 또 다른 성질의, 볼트 높은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이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들려줄 채비를 마침내 끝마쳤다는 것이다. 참, 무려 4년 만의 정식 컴백이 될 검정치마의 3집은 이 곡 "Hollywood"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음악들을 담고 있을 거라고 한다. 팬서비스 차원의 이 곡을 근거 삼아 성급히 예측하거나 재단하지는 말자는 뜻에서 적어둔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청춘을 달리다' 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