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우리는 밴드를 사랑해본 적이 있다. 우연히 어떤 노래를 듣고 대체 이 밴드가 누구냐며 여기저기 묻고 다닌다든가, 이름 모를 밴드의 공연에 갔다 폭풍 같은 멜로디와 다정한 숨소리에 다리가 풀린 적이 있다는 말이다. 밴드 '어느새'는 그 텅 빈 벅참 속에서, 살며시 날개를 퍼덕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느새'의 첫 번째 정규앨범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에 오롯이 담긴 장난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고, 못내 반항적인 목마름은 마치 8,90년대에 피어났던 '소극장' 공연의 그것을 그대로 이어낸다. 그들이 더해 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2013년식 '감각 잇기'이다. 그들은 당신 속에서 애매하게 한 몸이 되어버린 이상한 감정들 (기쁨과 슬픔, 허기와 착각, 사랑과 상념, 외로움과 자부심 같은) 을 왈칵 헤집어 놓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키득거리며 그것들을 기워낸다. 그리고 그 봉제선을 더듬어 보면, 그것 참, 따스하다.
이처럼 지독하게 개성적이고 느닷없이 출중한 '어느새'의 다섯 멤버가 보인 행보는 가히 거침이 없다. 올 초 발매한 첫 번째 EP [있나요?]에 이어, 불과 9개월여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는 '할 일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넋두리' 라는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는 컨셉트 형식의 음반이다. 음반에 수록된 10곡은 모두 '어느새'가 전달하려는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밴드들이 지향해온 장르나 형식을 초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곡은 명확한 상황설명을 내재한 가사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음률을 타고나와 놀라운 대중친화력을 보인다. 밴드 '어느새'가 추구하는 장르가 뭐냐는 질문에 그들이 제법 머쓱한 표정으로 '가요'라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타이틀 곡 "도롱뇽"은 잉여(?)로운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느끼기에 가혹하면서도 자비 없는 시대군상을 폭발적인 사운드에 담아낸 곡이다. 온갖 종류의 악기들을 하나의 주제 속에 훌륭하게 엮어낸 이 한 곡만으로도 어느새가 지닌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엿볼 수 있으며, 그러한 역량은 나머지 곡들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전 작에서 제기한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물음, - '사랑이란게 존재하느냐?' 라는 질문을 다시금 던지는 아홉 번째 트랙 "있나요?"를 비롯해, 바보가 되어가는 청춘들에게 웃으며 분노하는, 조금은 느닷없는 락앤롤 넘버 "방법이 없네"까지, '어느새'의 첫 정규앨범에 수록된 10곡은 모두 저마다의 생명력으로 요동친다.
음반을 전체 듣기 하지 않는 시대,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청자를 사로잡을 음반. '어느새'의 1집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를 기대하고 주목해야 할 이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