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서로를 보듬기 - 소히(Sorri)의 세 번째 앨범 [데이케어]
2006년 1집 앨범 [앵두]로 데뷔해 보사노바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를 얻은 '소히'의 세 번째 앨범 [데이케어]가 발매됐다. 이번 앨범 [데이케어]로 그녀는 오랫동안 꿈 꿔왔던 셀프 프로듀싱을 실현하며 멜로디에 그루브와 리듬을 녹여냈다. 보사노바로 시작된 브라질 음악에 대한 애정은 삼바에서 MPB(Musica Popular Brasileira 브라질 팝뮤직)로 깊어져갔고, 그것은 이번 앨범에 그대로 반영되어 좀 더 팝적이면서도 재즈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다. 여기에 삶의 슬픔과 성찰이 묻어나는 가사가 더해져 점점 더 '차가워져'가는 세상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다. 그녀는 이 앨범을 통해 죽음과 마음, 관계와 삶을 명상한다.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생각은 정신없이 흘러가는 세상에 하나의 안식이 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세계를 염원한다. 오늘 날 상처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혼자만은 아니라는 것을 공감하고, 느끼며, 서로 보듬고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꾼다.
'노인데이케어센터'에서 착안한 앨범 제목처럼 그녀는 자신의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매일매일 쓰다듬을 수 있길 바란다.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컨셉부터 믹싱까지 셀프 프로듀싱하여 이 앨범 안에는 그녀 자신의 솔직한 목소리와 이야기, 선율들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타인의 기대와 시선에 부응하려는 노력이 유한한 인간의 시간에 얼마나 낭비인지 생각한 그녀는 가사에서도 타협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부드러운 피아노 소리가 소히의 무심한듯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이 시대의 섬세한 영혼들을 위로하는 "왈츠", 이별한 연인이 공적인 자리에서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할 때의 마음을 노래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관심한 세상에서 투명인간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곡이기도 한 "투명인간"은 앨범 전체의 방향성을 분명히 전달하며 시작한다.
봉고가 리듬을 끌고 가는 보사노바 곡 "친구", 훵크 곡이지만 곡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퍼커션과 기타 리듬이 브라질리언의 감성을 주는 "있는 그대로", 브라질 악기 Cavaquinho(4줄로 이뤄진 작은 기타 모양의 악기. 겉모습은 우크렐레와 비슷하지만 줄의 재질이 달라 카랑카랑한 소리가 나며 삼바 페스티벌 때 수십 대의 퍼커션과 함께 어우러져 리듬과 화성을 동시에 연주한다.) 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회한은 없다"가 재생되면서 [데이케어]의 리드미컬한 곡들이 시작된다. 6번 트랙 "떡볶이 식사"는 소히가 실제로 겪은 일화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외부의 것들을 접할 때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안쓰럽다거나 부럽다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느낌이 사실은 착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모든 이들이 비슷하게 잘 살길 바라는 꿈으로 발전되어 이 곡으로 표현되었다. 밝은 삼바 곡. 7번 트랙 "심증" 또한 밝은 분위기와 상반되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성에게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는 성추행과 그에 대한 심리는 좀 더 강인해지고 자신을 지키는 방식으로 변화된다. 폭력을 폭력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에서 상처 받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이것은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자신도 그렇게 하려는 다짐이 담겨있다.
8번 트랙 "So Tinha De Ser Com Voce"는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의 보사노바 곡으로 그녀가 오랫동안 커버하고 싶어 한 곡이다. '나는 항상 당신의 것이고 당신도 그렇다'는 마지막 가사는 주술적으로 반복되며 피아노, 베이스와 멜로디를 주고 받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사노바 커버를 앨범에 넣은 것은 그녀의 오랜 소망이자 앞으로 새로운 것을 들려주고 싶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9번 트랙 "이별 공부"는 아버지의 죽음 후 쓴 곡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처음으로 접한 그녀에게 이 죽음은 마치 수업처럼 여겨진다.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다 주고 간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과장없이 소박하게 노래한다. 10번 트랙 '꿈같아'는 보사노바의 리듬에 현실과 꿈의 경계, 특히 죽음에 관해 누구나 느끼는 비현실감을 노래하며 포근하고 신비롭게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오랫동안 함께 공연한 연주자들이 편곡과 녹음을 진행하여 그녀의 익숙한 개성을 유지했다. 음악 공동체 푸른곰팡이에 합류하게 되면서 재즈 밴드 '더 버드'의 김정렬이 후반 작업의 프로듀서를 맡아 마무리하며 더 큰 힘을 얻었다. 개성에 열려 있고 완성도에 까다로운 새로운 공동체 안에서 선배 뮤지션들의 많은 조언과 도움도 있었다. 소히의 새 앨범 [데이케어]는 가볍지 않고 조심스럽지만 더 편안하고 느긋해진 그녀의 새로운 성장점이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