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 2집 [Fear]
- 상자에 태풍을 담다.
[Fear] 는 밴드 Met의 두 번째 정규앨범이다. 그러나 본 리뷰는 밴드 Met이라는 창작자의 신상이나 이력, 그리고 '두 번째' 라는 기표를 배제하고자 한다. 그들은 아직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바 없으므로 대다수의 대중들은 그들 개개인이나 전작 'Met I'에 대한 정보 없이 본작을 접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 장의 풀 렝스(Full-Length) 앨범은 단순히 열 곡 남짓한 트랙들의 집합이 아니다. 특히 모든 트랙의 창작자가 같고, 그 스스로 앨범을 프로듀스 하는 경우에는 곡의 선택과 배열에 분명한 의도가 있다고 파악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한 장의 앨범은 그 전체를 하나의 작품이라 보는 것이 옳다. 막이 나뉘는 장막극과, 장이 나뉘는 장편 소설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트랙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하나의 컨텐츠를 이루는 것이다.
본 작의 주목할 만 한 특징은 전 곡이 영어로 쓰여 있다는 점, 그리고 보컬 허밍이나 스캣 등으로 흘려보내는 보컬 노트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한국 밴드가 낸 음반의 가사가 모두 외국어이고 무의미한 음성이 많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곡 자체가 자아내는 분위기에 주목하라는 의도로 보인다. 피아노 독주 Intro와 이에 이어지는 서정곡 'Fear’로 시작되는 이 앨범은 트랙간의 사운드 적 통일성이 돋보인다. 무리하지 않는 옐로우 보이스의 보컬, 자유로운 플레이의 베이스, 앨범의 서정성을 이끄는 피아노 혹은 오르간 사운드, 묵묵히 뒤를 받치는 소박하고 기본에 충실한 기타-오히려 베이스가 앞에 나오고 기타가 뒤를 받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특징적이다.-와 드럼, 가끔 첼로나 스트링 패드 정도가 추가될 뿐, 사실상의 마지막 트랙인 'See Sing'을 제외하고는 그 규모나 톤에 큰 변화를 가하지 않고 전통적인 모던 록의 틀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일성 내에서도 각각의 트랙이 저마다의 개성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 앨범의 장점이다. 초기 록큰롤의 클래식하고 발랄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Something), 미국적인 포크(Failing in Love), 심지어 레게적인 요소까지(Ohh Whoo) 시도한다. 모던 록이라는 틀 내에서 시도될 수 있는 음악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발견되는 페르소나는 바로 그런 모습이다. 얼핏 기복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 특유의 섬세함을 유지하며 사랑의 환희에서부터 이별의 상흔과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까지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한 편의 잘 짜여진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다양하지만 짜임새 있게 어떠한 서사를 풀어낸다. 표현이 격앙되진 않지만 정제된 화법으로, 그러나 그 내용만큼은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내는, 감성적이며 영리한 소년을 연상시킨다.형식적 실험과 폭 넓은 서정을 절제미 있게 하나의 틀에 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Met은 본 작을 통해 그들이 이러한 일을 해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그 틀을 ‘모던 록’이니 ‘브릿팝’이니 하는 장르로 경계 지을 수 있겠지만, 그들은 이에 반발하기라도 하듯 9번 트랙 "See Sing"을 꺼내어 놓는다. 다른 트랙들과 다소 편차가 있는 "See Sing"을 통해 그들이 상자에 담아낸 태풍을 언제라도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그리 할 것인가의 여부는 그들만이 알 것이다. - 강백수 (싱어송라이터, 시인)
'지인과 대중사이의 청자가 본 Band MET 2nd – Fear’
앨범 리뷰의 첫 문장치고는 다소 황당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음악에 대해선 악보조차 볼 줄 모르는 문외한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Met이 음악을 시작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의 음악적 행보를 쭉 지켜봐온 Met의 오랜 지인이다. Met이 2집을 내기까지 기울인 노력을 모두 아는 이가 썼기에 더 정확하며, 전문가가 아닌 대중의 입장에서 썼기에 더 공감 가는 이 리뷰가 Band MET의 음악을 들으려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길 바란다.1집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과 재능을 인정받은 Band MET이 근 1년 만에 2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1집에서 이뤄낸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전작에 비해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 한층 성숙해진 결과물을 내놓는 데에 성공했다. 이번 앨범에선 Band MET의 최대 장점인 특색 있는 보컬과 뛰어난 연주력은 더 뚜렷해진 대신, 기존의 단점들은 크게 보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키보드 김소담이 들어와 기존의 3인조에서 4인조 구성으로 바뀐 것도 2집에서의 큰 변화다. 건반이 더해진 Band MET의 음악은 한층 더 풍성해졌으며, 전작인 EP와 정규 1집에 비해 눈에 띄게 부드럽고 달달해졌다. Band MET은 작년 한 해만 100회가 넘는 공연에 참여했던, 공연에는 제법 잔뼈가 굵은 밴드다. 그리고 그들은 수많은 공연과 1집의 경험을 통해 비로소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듣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그 결과, 2집은 음악성과 대중성이 적절히 어우러진 곡, 즉, 부르는 이와 듣는 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곡들로 채워졌다.
인트로 트랙과 이어지는 "Fear"는 때론 읊조리듯이, 때론 힘 있게 노래하는 보컬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두려워하지 말라는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를 건넨다. "Jump"는 제목만큼이나 통통 튀는 발랄하고 힘찬 곡이다. EP의 외롭고 쓸쓸한 분위기로 'Met'의 음악을 기억하다가 지난 1집의 "울고 블루스"라는 경쾌한 곡을 듣고 놀란 기억이 있는데, "Jump"는 그보다 한층 더 경쾌해졌다. 초반에 서정적으로 진행되다가 급격하게 반전되는 구성 또한 굉장히 유쾌하다. 듣는 이들이 즐길 거리가 많은 신나는 곡인만큼, 클럽에서의 라이브 연주가 기대되는 곡이기도 하다. "Moonlight"은 Band MET이 2집을 준비하던 당시 공연에서 미리 공개됐는데,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2집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 곡이다. 그리고 2집의 수록곡을 모두 들은 지금도, 개인적으론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다. British Rock을 기반으로 음악을 만드는 Band MET이 지향하는 '영국냄새 나는 사운드'가 여과 없이 담긴 곡이라 하겠다.
이후의 "Milky way", "Something", "Failing in love"로 이어지는 세 곡은 Band Met의 전작들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사랑 타령' 노래들이다. "Milky way"는 그 중에서도 가장 달달함이 폭발하는 곡이다. 다른 이들은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Met의 오랜 지인으로서는 그가 '오 마이 달링' 하며 노래하는 걸 듣고 있자니 속이 좀 거북하다. "Something"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펄프픽션' 등에서 등장하는 디스코장을 연상시키는 흥겨운 곡이다. 드라마 시트콤의 오프닝 음악으로도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닌가 싶다.Band Met은 락 밴드지만 가끔 어쿠스틱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면 잔잔한 어쿠스틱 사운드도 참 잘 어울린다 싶은데, 앨범의 후반부에 반갑게도 "Fear"와 "Moonlight", 두 곡의 어쿠스틱 버전곡이 담겼다. 기존의 곡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담백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곡들이다.
이처럼 완성도 높은 2집으로 돌아온 Band MET. 그들은 '이 노랜 좀 있으면 빌보드를 꿰차고 나가겠지'라고 패기 넘치게 노래하며, (1집 "고양이" 가사 中) 공연에서 던지는 멘트,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마다 '우리는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가 되겠다는 꿈같은 얘기를 목표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그들은 자신감에 가득 찬 밴드다. 누군가는 지나친 거만함이라거나,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치부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지닌 자신감의 근거는 분명하다. 각자가 가진 재능,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끊임없는 음악적 고민들, 또 수많은 연습과 라이브 공연을 통해 응축된 경험치. 즉, Band MET 2집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 앨범 전체에 찐하게 배어있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많은 이들이 이번 앨범에 담긴, 그 결과물들을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그리고 Band MET이 음악을 만들며 느꼈던 쾌감을 함께 느끼길 바란다.이번 앨범을 통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한 발짝 더 다가선 Band Met을 응원하며, 그들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 2013년, 10월. 도경민(시나리오 작가) .... ....